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와 자유·정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북한의 인권탄압 상황이 개선돼야 진정한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기총은 21일 서울 연지동 여전도회관에서 ‘평화와 자유·정의 세미나’를 열고 이종윤 목사(서울교회), 김인환 총장(총신대),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등의 신학자 및 목회자들을 초청, ‘평화’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정리했다.

이 자리에서 이수영 목사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라는 단어가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언급되고 있는 데 대해 “생명권, 자유권, 행복권, 이 세 가지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부터 부여하시고 선언하신 인권의 기본 구성요소”라며 “따라서 모든 평화는 이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하고 인권이 유린되는 곳에 평화란 있을 수 없다”고 북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 목사는 “어디서나 보면 어떤 좋은 이름을 달거나 멋진 구호를 외치는 집단들은 대개 그 이름이나 구호와는 정반대되는 경향이나 행동을 보이곤 한다”며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집단일수록 ‘민주’라는 이름을 달기를 좋아하고 별로 공화국의 정신을 갖지 않은 국가일수록 공화국이라고 자처하기를 잘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목사는 “그러한 역설적이고 기이한 현상, 보다 솔직히 말하면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현상이 특히 한반도에서 버젓이 벌어져 왔다”며 “동족을 향해 엄청난 양의 온갖 치명적인 다량살생무기를 비축 및 정조준 해놓고 핵무기까지 개발하여 위협을 가하면서 말하는 평화가 어떤 평화인지를 바로 알고 평화선언이든 평화조약 체결이든 평화체제 구축이든 논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역설했다.

또 이 목사는 “우리는 북한정권이 말하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라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북한정권은 주민에게서 대부분의 자유를 박탈 혹은 제한하고 있고 거주와 이전의 자유도 없고 표현의 자유도 없다”며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굶겨 죽이고 처형해서 없애는 등 인권이 무참히 유린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이 목사는 “평화논의는 어디까지나 북한의 권력자들로 하여금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깨닫고 받아들이게 하는 노력이어야 한다”며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울 좋은 구호 아래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평화를 한반도에 구축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목사는 “절대로 평화가 아닌 것을 평화인양 위장하여 온 민족에게 강요하는 그 어떤 합의도 해서는 안된다”며 “세계사의 거역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체계에 부합하는 평화를 한반도에 정착시키는 데 우리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목사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는 국제사회 속에서 꾸준히 그 위상을 높여 온 우리 대한민국마저 북한의 복사판이 되게 하려는 무서운 기만책임을 알아야 한다”며 “이것을 모르고 함께 그들이 부르는 평화의 노래에 장단을 맞추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으며, 그것을 알면서도 그 평화의 연극에 동참하는 것보다 더 매국적이며 반역적인 처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에 함께 참여한 목창균 총장(서울신대)은 “현 대통령의 임기 말에, 그것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은 정략적 의도가 숨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 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남북평화 문제는 정의와 사랑의 정신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며, 기독교인들은 이 땅에 하나님의 평화가 강 같이 흐르게 되기를 끊임없이 기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