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는 자라면서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어떤 전문가는 이런 질문을 “자아 정체성 과제”라고 하기고 하고, 다른 이들은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라고 말하기도 한다. 청소년은 자신 정체성 문제를 풀지 못하면, 늘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파 묻혀 살아가게 된다. 더 나아가 자신의 문제를 부모 탓으로 돌리면서, 비관하면서 힘들게 살아가게 된다. 미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아이는 “엄마, 아빠 때문에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됐어” “왜 나를 미국에 데려왔어? 누가 미국에 간다고 했어?” 이렇게 불평하며 자신 인생을 망가뜨리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만난 한 아이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목사님, 나는 미국에 있는 모든 종류 마약을 다 경험해 봤어요.”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학교에서 뭐 하는지 관심이 없어요. 내가 방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몰라요. 그냥 소리만 지르지요.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이 아이 분노와 질문 속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누구냐?”고 하면서 묻고 있는 진짜 질문이 “목사님, 나도 사랑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요?”였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내가 부모로부터, 선생님과 친구로부터 사랑 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내가 영어를 잘못해도, 공부를 잘 못해도, 잘 생기지 못해도, 친구에게 인기가 없어도, 나는 내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인가요?”라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이 질문은 우리 자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너무나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존재 자체로 사랑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내가 보스톤에서 공부할 때, Youth Group을 맡은 적이 있었다. 아이를 만나서 상담을 해보면, 너무나 많은 수가 소위 말하는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로 인해서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가?” 문제와 그 문제로 인한 부모와 갈등으로 인해 속으로 분노하고 있는 학생이 참 많았다. 그러던 중 내 눈에 띄는 한 학생이 있었다. 그는 너무나 밝고 씩씩해 보였다. 그 얼굴에는 늘 미소가 넘치고 여유로와 보였다.

다른 사람이 겪고 있는 정체성 문제를 너무나도 잘 넘어가고 있어 보였다. 그래서 하루는 그 학생을 붙잡고 이렇게 물어보았다. “목사님이 너를 볼 때마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밝고 씩씩하니?” 그런데 그는 목사인 나를 너무나도 부끄럽게 만드는 대답을 했다. “목사님, 나는 하나님 백성이요, 자녀라고 믿어요. 하나님은 나의 삶에 분명한 계획과 목적이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내가 미국에서 살든지, 한국에서 살든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원해서 미국에 왔든지,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왔든지 상관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 영어 때문에 친구가 놀려서 힘들 때도 늘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 미국은, 부모님이 날 데려온 곳이 아니고, 하나님이 보내신 곳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 지더라고요.”

이렇게 말한 학생은 부모나 친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싼 명품에 정체성을 두지 않고, 바로 하나님 자녀,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던지, 무엇을 하든지, 자기 자신 가치가 “능력”에 의해서 결정 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이라는 “존재”에 의해서 결정이 나는 것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아이의 대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실제로 많은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는 잘하더라도 심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본다. 내가 보기에는 재능이 많고, 충분히 뛰어난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이나 말하는 것을 자세히 보면, 늘 남과 비교하고, 자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늘 불행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참 가슴이 아프다.

우리 진짜 가치는 우리가 가진 돈, 직분, 학위가 아니요, 우리가 하나님 자녀요, 백성이라는 것에 있다. 우리는 아이에게 올바른 정체성을 심어줘야 한다. 우리 아이가 오늘도 묻고 있는 “내가 사랑 받을 가치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너는 하나님 백성이란다. 하나님은 너의 삶에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있단다” 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정체성을 가정과 학교에서 경험하게 해 줘야 한다. 우리 아이가 지금 공부를 좀 못하고, 부모 말을 잘 듣지않는다 해도, 우리는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 때, 우리 아이는 자신 가치, 즉 건강한 정체성을 가지고, 이 위험한 세상을 향해, 힘찬 첫발걸음을 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