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터키에서 사역하시던 선교사님 한 분이 순교를 당하셨습니다. 41살의 김진욱 선교사님... 그는 만삭이 된 한 여인의 남편이었고, 아직도 어린 한 사내 아이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젊은 사역자를 당신 곁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꼭 그래야만 하셨을까... 인터넷으로 선교사님의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문득, 2012년 이집트에서 순교하셨던 김유미 선교사님이 떠올랐습니다.
김유미 선교사님의 부모님은 기독교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금지옥엽처럼 키운 사랑하는 딸이 이방의 땅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어땠을까요? 교회가 원망스럽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장례식 때문에 이집트로 날아와 첫 밤을 보낸 부모님들의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예수님을 믿기로 작정했습니다..." 믿음도 없이, 그저 밝게 자라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딸을 교회에 보냈었는데, 그런 딸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으니 정말 예수가 원망스러웠을 텐데, 그들은 "우리도 예수를 믿기로 작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다 이루지 못하고 떠난 딸의 바램을 이루어 주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이었을까...?
장례식을 마친 아버지 김대영 씨의 얼굴은 많이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통해 예수를 만나게 된 300여명의 이집트 청년들이 하나같이 그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딸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당신의 딸을 통해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당신의 딸을 통해 영원한 소망을 얻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은 이미 떠나고 없었지만 그들의 고백을 통해 들었던 그녀의 삶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소망을 주고 생명을 준 삶이었습니다. 아마도 아빠는 그들의 고백을 통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딸의 삶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30년을 살다간 내 딸의 인생을 정리하니 통장에 딱 100불이 남았습니다..." 장폐색이라는 질병으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김유미 선교사는 참 치열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잔병을 자주 치뤘지만,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아 명문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세속적인 꿈을 좇기 보다, 오히려 자신이 믿는 바를 따라 죽기까지 세상을 섬겼습니다. 김대영 씨는 그런 딸의 삶을 정리하다가 통장에 남은 돈 100불을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세상의 눈에는 죽어라 고생만 하고 아무 것도 갖지 못하고 떠난 누추한 인생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아마도 아빠는 그런 딸의 삶을 통해서 다 주고 떠나신 예수님의 삶을 만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타이타닉'이란 영화를 보면, 침몰하는 배 위에서 '내 주를 가까이'란 찬송가를 연주하고 있는 한 바이올린 연주자의 모습이 나옵니다. '왈레스 하틀리'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당시 배에 타고 있던 2206명의 승객들이 두려움에 떨며 각자 살 길을 찾고 있었을 때, 찬송가를 연주하며 그들을 위로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음악가로서의 사명감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그가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었을까요? 어떤 이유였든지 간에, 그의 마지막 연주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연주였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연주를 마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밤 연주는 제게 특권이었습니다." 아마 선교사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히브리서11:4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 죽음으로도 말하는 삶을 사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