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임명규 목사)가 신사참배의 과오를 공식적으로 회개했다. 기장총회는 13일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제92회 정기총회 회무에서 경남노회가 헌의한 ‘제29회 총회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공식회개와 사과표명 헌의의 건’을 허락하고 전 교단차원에서 신사참배를 회개하기로 했다.

기장총회는 이날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 고백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내년도 삼일절을 전국교회가 참여하는 신사참배 회개주일로 지키기로 했다. 수많은 순국선열이 일제에 항거해 목숨을 잃었던 삼일운동을 기억하면서 진심으로 사죄 입장을 밝힌다는 취지다.

기장총회 전신인 한국장로교회는 지난 1938년 평양 서문밖교회 예배당에서 열린 제27회 정기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공식 결의했다. 이후 한국장로교회는 신사참배 취소 결의를 1946년, 1947년, 1954년 세 차례나 했지만 공식 회개문은 발표하지 않아 치욕적인 과거를 덮는데만 급급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었다.

평양대부흥운동 1백주년을 맞아 결의된 기장총회의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 고백 선언문’은 한국교회가 교묘한 논리로 신사참배를 정당화한 죄를 회개하고, 일제 침략전쟁 수행에 헌금을 바친 죄와 신사참배로 인해 발생한 교단 분열 책임, 또 그동안 이 같은 죄를 청산하지 않았던 죄까지도 참회하고 있다.

기장총회는 이 선언에서 “우리는 너무 오랜 세월동안 우리 잘못을 시인하고 참회하기 보다는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을 고백한다”며 “우리는 신사참배가 종교행위가 아니라는 일제 거짓논리를 수용해 성도를 기만하고 신앙양심에 눈을 감았다“고 통회했다.

또 일제를 물질적으로 도운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는 교회 재산을 국방헌금, 애국운동기금연보라는 이름으로 일제 침략전쟁 수행에 갖다 바친 죄를 자복하며 회개한다”며 “국민총력 허울 아래 일제 군국주의 이념을 선전하고 일제 전쟁물자 징발에도 가담했던 죄를 회개한다. 일제 군국주의 나팔수로 전락해 젊은이 사지(死地)로 내 몰았다”고 고백했다.

또 기장총회는 해방 후 회개없이 과오를 덮으려고만 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는 해방 후 신사참배에 굴복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회피했다”며 “신사참배 죄악을 참회하고 거룩한 교회로 새롭게 거듭날 것을 주장하는 형제들과 분열했다”고 당시 신사참배에 가담하지 않고 정조를 지킨 교회들에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이에 기장총회는 “수치스러운 죄악을 기억하며 역사의 교훈으로 길이 간직하고자 한다”며 “신앙과 양심의 자유, 민족자주의 정신으로 출발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어떠한 불의와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 말씀을 영원한 진리로 선포하는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일제시대 당시 신사참배에 가담한 교회들 중에는 장로교단이 특히 많았다. 하지만 이번 기장총회의 회개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장로교단에서 신사참배의 과오를 공식적으로 회개하고 있는 곳은 없다. 장로교단과 함께 초기 한국교회에서 큰 축을 이뤘던 성결교단은 지난 2월 교단 창립 1백주년을 맞아 신사참배 회개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