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약 120년 개신교의 역사 속에서 많은 개신교 지식인과 정치인 그리고 민족지도자를 가져본 경험이 있습니다. 제국주의 서구열강의 침략과 함께 기독교가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이 나라는 오히려 일본의 억압 속에서 민족의 고난에 함께하는 개신교를 받아들였기에, 오랜 동안 개신교는 민족의 지도자를 지속적으로 배출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개신교 지도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리교 출신의 이승만 대통령, 장로교 장로 출신의 김영삼 대통령의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 못합니다.“민족의 모세,”“위대한 국부(國父)”로 불리어졌던 이대통령은 결국 독재와 망명으로 슬프게 끝을 맺었습니다. 많은 혁파와 개혁에도 불구하고 장로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말년은 비상하게 거듭된 인재와 국제구제금융(IMF)의 오명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신승에 이어 다시 장로대통령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즈음에 교회와 기독교 시민단체는 과연 어떠한 입장에서 기독교 정치인의 등장을 바라보며 분석하고, 어떠한 입장에서 신자인 대통령을 위하여 지원하여야 할 것인지 차분히 생각하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개신교 장로인 대통령의 지도력은 교회의 위상과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신자인 대통령을 통하여 기독교 집단의 분파적 이기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기독교권을 향한 또 다른 대중적 질타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시장시절의 선언으로 이 후보가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제 대통령이 되어서 순수한 신앙적 선언이나 언명은 오히려 저항을 불러일으켜 이 후보의 입지를 좁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독시민과 교회 및 기독교 단체는 이명박 후보, 또한 장로 대통령의 가능성을 바라보면서 배타적 행동을 하지 않으며 기도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타종교나 무신론자들의 반기독교적 연대를 강화시키지 않기 위하여,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 후보가 교계의 지도자를 넘어, 신자와 불신자를 아우르고, 종교계와 국가를 승승의 차원에서 창조적으로 이끌어가는 새로운 지도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신자가 대통령이 되면 기독교정치가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의 정치철학, 요셉과 다니엘 같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 그리고 기도와 격려에 기반을 둔 은근하고 끈기 있는 지원이 한 기독교 정치인을 훌륭하게 키울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