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이란 말이 있습니다. 논어의 위령공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의 몸을 바쳐 '인'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인(仁)'이란 말은 사람인(人) 변에 두이(二) 자가 함께 온 말인데, 공자는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으로 이 '인'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군자는 자기 목숨을 버려 인을 이룬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에 온전한 군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마르가레트 다리 근처에서 한국인 승객 33명을 태우고 가던 유람선이 침몰했습니다. 헝가리인 승무원 2명 포함 총 35명 탑승자 가운데 구조된 한국인 7명을 제외하곤 모두 사망 내지 실종된 큰 사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고가 난 곳이 워낙 물살이 빠른 지역이고, 또 사고 당시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사망자가 늘기도 했지만, 사실 이 사고는 인재였습니다. 다뉴브강을 통행하는 선박의 수가 너무 많아 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보고서가 수 차례 묵살되었고, 사고를 낸 가해 선박이 침몰한 배를 추월하면서도 교신 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고를 낸 이후에도 구조에 나서기는 커녕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을 두고 도주하였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가 손녀를 꼬옥 안고 있었습니다. 껴안은 채로 너무 경직돼 있어서 결국 할머니와 손녀의 시신을 함께 옮겨야 했습니다..." 이 말은, 사고가 난지 13일만에 침몰한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노르벨트라는 구조대원이 했던 말입니다. 객실 입구에서 2구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어린 소녀를 자신에 품에 안은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꽉 안고 있어서, 그 꽉 껴안은 팔을 풀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그 여인은 그 소녀의 할머니였다는 것입니다. 노르벨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발견 장소 주변에 책상, 냉장고 등 수 많은 집기들이 있어서 물이 역류하며 할머니와 부딪혔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손을 놓지 않으셨다는 것이 놀랍고 가슴 아팠습니다..."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하는 데 걸린 시간은 7초에 불과했습니다. 할머니에게 7초는, 과연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심한 충격으로 배가 기울고, 그래서 손녀를 끌어안고 쓰러질 수 밖에 없었지만, 할머니는 그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수 많은 집기들이 온몸으로 쏟아지고 성난 물결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와도 할머니는 그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꽉 껴안았습니다. 불과 7초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지만 정신이 있을 동안, 아니 정신을 잃은 후에도 할머니는 손녀를 꽉 안아주었습니다. 손녀를 살리고 싶었던 할머니의 마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신성인의 마음입니다.
슬픔 당한 유가족들을 하나님께서 위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살신성인하신 그 할머니의 마음에 감동한 한국 사회가 살신성인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에도 감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전하기 위해 살신성인 할 수 있는 한국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꽉 안고 계신 예수님의 사랑에 오늘도 감격할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