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아틀란타 교회를 가다]에서 이번에 만난 교회는 아틀란타 로고스교회(담임 김운형 목사)다. 스와니 피치트리 인더스트리얼 선상 오프스 건물에 위치한 로고스교회는 지난해 시작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로고스교회를 기자 나름대로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자유롭지만 원칙이 이끄는 교회’다. 자유로운 교회의 예배 형식과 운영 방식이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말씀과 신앙의 본질에 있어서는 철저히 ‘원칙’을 고수하려는 목회철학에 ‘역시’라는 답이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상반된 두가지 신념이 한 교회 안에서 어우러져 성도들을 이끌어가고 있는지 로고스교회를 만나보자.
고민과 고비 끝에 시작한 이민교회 개척, ‘왜 지금 여기에?’
인터뷰 시작, 교회의 시작을 설명하는 김운형 목사는 조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개척에 앞서 치열한 고민이 있었고, 가장 선한 방법으로 이끌어 오신 하나님의 손길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한국에서 같은 이름의 교회를 개척해 안정기에 접어든 이후, ‘미국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 2년 정도 부목사로 사역하고 돌아가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애틀랜타 행 비행기에 올랐다. 2년을 마치고 세 가지 길을 놓고 고민하던 끝에 가장 가능성이 낮았던 ‘개척’이라는 선택지에 인생 후반부를 던진 것은, 어쩔 수 없던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의 강력한 부르심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이미 개척을 해본 경험도 있고, 이민사회를 잘 모르는 제가 굳이 개척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했어요. 부목사 사역을 마치고 기도하면서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중, 좋은 길이 열려서 애틀랜타의 한 교회에서 지교회 형식으로 목회할 기회가 생겼어요. 한달 정도 본 교회와 맞춰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가진 방향과 철학이 다르다는 걸 공감했어요. 차라리 외부적으로 알려지기 전에 제가 사역을 멈추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기회를 열어주신 본 교회에 잘 말씀드리고 조용히 물러났어요. 솔직히 좀 망설여지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서로 다른걸 억지로 맞출수는 없잖아요. 이후 잠시 고민하면서 길을 정하자 싶었는데, 한달 사이에 알음알음으로 함께 예배드리고자 하시는 분들이 모이게 됐어요. 솔직히 3개월 동안 내가 과연 이민교회를 시작해야 하나, 그렇다면 왜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어요. 하나님 뜻이라면 순종하겠지만 개척의 준비는 전혀 없었거든요.”
보기와 달리 녹록치 않은 이민사회를 향한 무모한 도전이었고, 전혀 ‘계산이 안나오는’ 시작이었다. 그를 아끼는 지인들은 개척을 말렸다. 더군다나 이전에 섬겼던 교회의 어려움으로 그를 향한 오해도 있어, 아픈 마음으로 침묵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런데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하니 빨리 결론을 내려야 겠다는 생각에 저녁마다 노크로스 한 구석 예배당, 건너편 사무실에서 들려오던 힙합음악을 뒤로하고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2017년 말, 로고스교회가 시작된 스토리다.
‘로고스’, 말씀을 사랑하는 교회
로고스교회는 이름그대로 말씀을 사랑하는 교회다. 교회를 시작과 동시에 오픈한 ‘신약성서개론’이나 한번에 2시간 안팎으로 진행되는 성경공부가 이를 방증한다. ‘신약성서개론’의 경우 실제 신학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신학을 시작하는 목회 후보생들에게 가르치는 수업으로 너무 세세한 부분만 제외하고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특별히 김운형 목사가 강조하는 부분은 ‘성경이 기록된 시대에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가’를 아는 것이다. 이 부분을 깊이 이해해야 ‘바로 지금’, ‘나의 상황’에 적용이 제대로 되기 때문이다. 성경이 기록된 배경설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단순히 객관적인 자료만 훑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로고스교회에서 얼마 전까지 4개월 동안 2시간씩 매주 공부해온 빌립보서의 경우, 편지를 쓴 바울의 입장에서, 바울의 편지를 받은 빌립보 교회의 상황을 역사적, 시대적, 신앙적 배경을 통해 이해한 뒤, 그들의 상황 속에 들어가 말씀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후 어떻게 우리의 교회와 나의 신앙에 적용할 것인가는 굳이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말씀의 신비이자 은혜이다.
“제 목회철학은 딱 하나에요. 대부분의 목사님들도 그렇지만 성경 중심으로만 가는 것입니다. 말씀을 알아야 기도하고, 말씀을 알아야 영적인 접근도 되고, 말씀을 알아야 사회현상에 대한 해석도 되는데 이 기준이 없으면 신앙이 약해지고 교회가 힘을 내지 못해요. 교회를 세워나가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모이지만 딱 한가지 부탁드리는 게 있어요. 목사에게 가장 바라셔야 할 부분이 진리되신 말씀이라면 목회자가 한 주간 말씀을 놓고 씨름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요. 올 한해 동안은 성경의 툴을 갖고 교회의 방향에 대해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성도님들도 본인에게 과연 이 교회의 색깔과 방향이 맞는지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자유하라’
로고스교회에는 교인등록카드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러 감춰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요청이 있을 때만 꺼내준다. 성경을 깊이 탐구하고 말씀 안에 세워지는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 외에 선택적인 부분은 최근 이어지는 ‘자유하라’는 설교 시리즈처럼, 김운형 목사 스스로 먼저 자유하고 성도들 역시 진리 안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자유하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30대 후반, 한국에서 교회를 개척할 당시, 가족들에게 부탁했어요. 교회가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는 앞만 보고 달릴 테니 딱 삼년만 순종해라. 정말 미친듯이 사역에만 올인했죠. 교회는 일년 만에 셋업이 끝났고 안정이 됐는데, 3년이 지나고 보니 가족들하고는 대화가 끊어졌어요. 나중에 이야기 하더라구요, 토요일만 되면 온 가족이 설교준비로 예민한 저 때문에 비상이었다고.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버럭 화를 내는 통에 아내는 아내대로 마음을 다독여야 하고 아이들은 상처 받고요. 아내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신앙과 교회봉사를 강조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열정을 품었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결과가 아름다워야 하는데 결과가 반대였죠. 방향을 잘못 잡았어요.”
익숙치 않은 이민사회에서 두 번째 개척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어땠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번에는 전과는 달리 시작부터 가족들에게 ‘자유하라’고 주문했고, 본인 역시 완벽주의적 성향을 내려 놓고 스스로도 ‘자유하기 훈련’을 고되게 이어가고 있다. 한주가 되든 한달이 되든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시면 하고 멈추라 하시면 멈춘다. 차라리 먼저 해버리는게 마음이 편한 성격인데, 하나님보다 앞서 뛰어나가길 원치 않기에 자유하고자 한다. 교회 운영도 마찬가지다. 매 6개월마다 자원하는 대로만 한다. 예배 반주, 식사준비, 예배 안내 등 모든 부분에 적용된다.
“교회에 건반을 칠 수 있는 사람이 여섯이나 있어요. 6월 말에 사인업을 다시 했는데 주일 반주에 자원하신 분이 없어서, 7월 첫째주부터 주일예배 때 반주없이 MR로 찬양해요. 처음엔 난리가 났죠(웃음). 성도들부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반주없이 예배드리는 걸 불편해 했어요. 전 반주자 남편까지도 아내에게 다시 해야 한다고 할 정도였죠. 제 아내에게 부탁한 분들도 계시고요. 봉사하던 분이 내려 놓을 때는 분명히 많은 기도와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니 강요하지 말라고 당부 했어요. 오히려 반주 없이 예배드리면서 큰 은혜가 되는 걸요? MR로 찬양해야 하니 제가 일주일 내내 미리 찬양을 듣고 연습하면서 은혜 받고, 풀셋으로 찬양 배경음악이 나오니 좋고요. 반주자가 없으니 1부 예배도 부담없이 시작했죠. 정말 우리가 예배드리는데 아무 것에도 매이지 않고 예배 자체만 집중하는 자유가 있었으면 해요.”
교회 봉사는 철저하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만, 자원 했다면 6개월은 하나님과 약속한 내용이니 꼭 지키라고 권면한다. 교회 등록 역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교회의 여러 부분을 경험해 보면서 스스로 마음이 생기고 기도한 뒤 결정하면 요청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왕 등록을 했으면 마음을 합해 한 방향으로 즐겁게 나아가길 소망한다고.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이과생, 신학대에서 살아남기
김운형 목사는 원래 과학자를 꿈꾸던 이과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이 섬겨온 고향 교회목사님이 목사가 되라 권면하셨지만, 집안 분위기도 그렇게 굳이 목사가 되서 고생길을 걷느니 평신도로 열심히 섬기겠다는 생각이었다. 학력고사 시절 40명을 뽑는 대학 학과 시험에서 42명이 지원했고 41명이 시험을 봤는데 어이 없게도 낙방의 고배를 마신다.
“정말 황당했어요(웃음). 전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거든요. 너무 실망해서 칩거하면서 방황하는데 목사님께서 ‘그것봐라. 넌 목사가 되야 한다’고 하시는거에요. 떠밀리듯 신학교 시험을 보고 합격했는데, 목사님 뜻을 어길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서울신학대에 갔죠. 한 학기 다녀보니 큰 도전이 되더라구요. 하나님을 더 알고 싶고, 말씀을 깊이 이해하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이과생이 문과공부를 하려니 정말 힘들더라구요. 생각의 구조가 달라서 전 완벽하게 답을 썼는데, 1년 동안 성적이 바닥이었죠. 교수님들은 ‘본인의 생각과 의견이 적지 않고 교과서에 있는 사실만 썼다’는 거에요. 2학년 부터 마음잡고 다니면서 졸업하고 전도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 때문에 목사가 정말 되야 할까 고민도 했어요. 제가 결단하도록 도운건 달라진 집안 어른들 때문이었죠. 어느 순간 모든 분들이 저를 목회자로 대하면서 존댓말을 쓰시더라구요. 결국 소명을 받아들이고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이후 서울신학대학원에서 초대교회사를, 호서대학교 대학원에서 성서학을, 그리스 아테네국립대학원에서 철학부 박사과정을 수학하면서 성경을 성경이 쓰여진 배경과 환경 가운데 읽어내는 일차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온 가족이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
로고스교회는 매달 첫 주는 성찬예배, 둘째와 셋째 주는 말씀예배, 넷째 주는 찬양예배로 드란다. 모든 예배는 온 가족이 함께하며, 성찬예배의 경우 가족의 경우 아버지가 목사에게 성찬을 받아 가족에게 나눠주도록 한다. 가정의 머리가 되야 하는 아버지의 권위를 성찬을 통해 다시금 세워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찬예배가 있는 주간은 매일 매일 가족과 함께 성찬을 준비하도록 가이드를 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하는 예배 역시 지금은 많이 ‘자유’해 졌지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고.
“이민교회에서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언어 때문에 가족들이 따로 예배를 드린다는 점이었어요. 물론 함께 예배드리면 불편한 점이 많아요. 그런데 이 불편함을 극복하지 않으면 한 가족이라도 신앙적으로 불통이 되죠. 꼬맹이들은 예배 때 여기 저기 뛰어 다니고 강단에도 올라오는데 부모님들이 처음엔 불편해 하셨지만 이제는 그냥 익숙해 졌어요. 아이들은 그 나이에 뛰어 다니는게 정상이니까요. 간혹 설교하는데 옆에 와서 질문도 해요(웃음).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찬양하고 기도하고 성경보고 하는 걸 보면서 ‘아빠도 기도해?’한다니까요. 아이들은 백마디 말보다 삶을 통해 배워나가요. 마지막 주, 찬양예배 때는 한달간 불렀던 찬양을 한국어 영어로 준비해서 함께 해요. 뛰어 다니던 아이가 어느 순간 내 옆에 앉아 찬양하고, 지루해 하던 아이가 질문도 하고….그렇게 가족이 함께 성장해 갑니다.”
로고스교회는 ‘말씀 중심의 교회’ ‘기도 중심의 공동체’ ‘교회의 본질에 집중하는 교회’ ‘하나님과 세상 앞에 정직한 공동체’ ‘수직적인 구조에 묶인 직분을 세우지 않는 공동체’를 추구하며, 주일 오전 9시(1부 예배), 오전 11시(2부 예배), 주일 오후 1시 성경공부, 수요일 오전 10시, 오후 8시 성서세미나, 금요일 오후 8시 기도회를 갖고 있다. 위치는 970 Peachtree Industrial Blvd. Suwanee GA 30024에 위치해 있으며 문의는 470-363-5892, logosatlkim@gmail.com으로 하면 된다. 교회 소식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logosatl/에서 소식과 나눔을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