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한상화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가 지난 5월 4일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젠더리즘,네오마르크시즘, 트랜스 페미니즘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열렸던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영성포럼에서 '트랜스페미니즘과 동성애'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한상화 교수
(Photo : ) ▲한상화 교수

 

 

 

여성운동 속에서의 트랜스 페미니즘의 위치

 

여성운동 속에서 트랜스 페미니즘은 가장 최첨단의 그리고 이미 여성해방의 범위를 넘어서 모든 종류의 사회적 약자와 피억압자의 해방 뿐 아니라, 성소수자들의 구분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성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사상에 있어서 주류 비주류의 경계 자체를 무너트리고, 더 나아가 배제의 논리를 불가피하게 담지 하는 정체성 구분 논리 자체를 해체하는 사상으로서 매우 급진적 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서린 켈러의 트랜스 페미니즘이 미국의 페미니즘 논의 상황 속에서 자리하는 위치는 제 3의 물결에서 아직 채 그 모습이 형성되지 않은 2000년대 제 4의 물결로 넘어가는 자리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의 페미니즘의 흐름을 간단히 설명하면, 여성의 참정권(suffrage), 취업권, 재산권 등 여성의 동등한 법적 권리를 위한 투쟁이 초기 여권주의 운동의 제1의 물결(the first-wave)이라면, 60년대 이후의 제2의 물결(the second-wave)은 가정, 직장 및 공적 영역 등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 차별 관행과 가부장제 문화  변혁을 추구하는 시기로서 이와 더불어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가정 폭력, 부부간 성폭력 및 모든 종류의 성희롱 및 폭력 근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성운동의 제2의 물결은 80년대까지 이어지면서 이윽고 성소수자 운동과 조우하여 갈등을 겪게 됩니다.

90년대 이후 포스트모던(혹은 포스트구조주의) 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 트랜스 페미니즘(trans feminism) 등의 다양한 페미니즘 운동들이 성소수자 운동과 결속하게 되는 시기를 여성운동의 제3의 물결 (the third-wave)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에미  고야마(Emy Goyama)가 이끌었던, 특별히 트랜스 젠더 여성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간성(intersexual) 즉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성도 포함하고자 하는 트랜스 페미니즘(trans-feminism 또는 trans feminism)운동은 켈러가 주장하는 트랜스 페미니즘(transfeminism)과는 다른 의미의 용어임을 분명히 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두 운동 모두 그 용어에 페미니스트 운동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운동이 더 이상 생물학적 성으로서의 여성들만을 위한 운동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점과 관련하여 물론 인터넷 상의 최근 논쟁이긴 해도 "트랜스 여성은 트랜스 여성일 뿐"이라고 말하여 물의를 일으킨 흑인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발언을 둘러싼 "진짜 여성"에 대한 논쟁은 페미니스트 운동의 범위가 결코 생물학적 이분법적 성 개념 안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상황임을 확연히 드러내줍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1990년에 출판된 주디스 버틀러의 책 『젠더 트러블』에서 주장된 성/젠더/섹슈얼리티에 대한 계보학적 분석이 페미니스트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 이해가 되는 것입니다. 그 논지는 간단히 말하면, 성/성별/성적욕망(취향)은 모두 가부장적 이성애 권력 규율의 지배 담론의 결과물로써 사회학적으로 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더 이상 기존의 이분법적 성구분에 근거한 "여성"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이 가부장적 이성애 권력의 지식 생산체계 자체를 전복시키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방향성 제시입니다. 이제 페미니즘의 적은 가부장 제도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가장 내밀하게 작용하는 성의 영역에서의 이성애적 지배 담론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켈러의 트랜스 페미니즘은 상당 부분 데리다를 공통분모로 하여 버틀러의 해체 논리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다른 사상들 곧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에 근거한 과정신학(process theology)과 니콜라우스 쿠자누스(Nicholas of Cusa)의 중세 신비주의 부정신학(apophatic theology), 케런 바라드(Karan Barad)의 신유물론(new materialism) 등으로부터 그 사상적 단초들을 모아 또 다른 이론적 토대를 구성하여 제 3세대 페미니즘에 제공합니다.

트랜스 페미니즘의 정의

트랜스 페미니즘(transfeminism)이란 용어는 아직 그리 보편화되지 않은, 드루 대학교 (Drew University) 여성신학자 케서린 켈러(Catherine Keller)의 합성어입니다. 켈러는 이 용어에 대해 이제 처음으로 개시하는 단어(just an opening word)로서 전율하며 시작된 새천년(quaking millennium) 가운데 다양하고도 불확실한 여성의 상황들을 염두에 둔 실험적인 신조어(experimental neologism)라고 소개합니다. 이 용어는 트랜스(trans)라는  접두어가 의미하는 바대로 기존 페미니스트 운동의 범위와 차원을 지속적으로 초월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켈러는 트랜스 페미니즘을 정의할 때, 포스트페미니즘(postfeminism)과의 차별성을 설명하면서 시작하는데, 포스트페미니즘이 sex and the city 라는 미드에 나오는 여성들처럼 여성성의 자유로운 추구와 사회적 성공을 동시에 이룰 수 있게 된 상태를 의미하여 더 이상 여성평등을 위한 투쟁적 태도는 필요 없고 페미니스트 운동이 이미 정착되어 있는 잘못된 느낌을 주는 어감을 가지기 때문에 신조어의 필요성이 있음을 말합니다. 그리하여 트랜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가지고 그녀는 페미니즘 자체가 하나의 정통(orthodoxy)으로 규범화되는 것에 저항하면서, 모든 종류의 정체성 추구를 통한 울타리 치는 작업에 대한 위반(transgression of identitarian enclosure)으로 '다양한 정통들(polydoxy)'을 추구합니다. 지속적 변화를 위한 트랜스 페미니즘은 현행 사회학적 성 개념으로서의 "gender" 개념과 "얽히면서(entangled)" 인종, 경제, 생태계 그리고 가장 내밀한 성(sex)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LGBTQ(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운동 모두를 포괄한다고 합니다. 뒤에 그녀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 간성(intersexual)과 무성애자(Asexual)를 포함하는 LGBTQIA로 늘이고 더 나아가 블랙(black),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 우머니스트(womanist), 흑인 페미니스트(Black feminist), 히스패닉(Hispanic), 라티나(latina) 또는 무헤리스타(mujerista), 더 나아가 연령차별(ageism), 종교차별, 동물학대, 지구, 행성, 가이아 등의 모든 종류의 해방 리스트를 한데 아우르면서 트랜스 페미니즘은 모든 것이 어떻게 설명 불가한 방식으로 상호적 상황 속에서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하며, 모든 것을 구별하고 분리하고 명명하는 정체성 정책(identity policy)자체가 처음부터 문제였다고 거부합니다.   

켈러는 트랜스 페미니즘이 삶의 가장 궁극적인 문제와 관계될 때는 신학(theology)이라고 말해질 수 있어서 '트랜스 페미니스트 여성신학(transfeminist version of feminist theology)'이라고 말하는데, 이때에 세 가지 빠트릴 수 없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 첫째는 가장 내밀한 것에서부터 무한에까지 모든 것을 연결하는 "얽힘(entanglement)"을 파악해야 하고, 둘째는 부지성(不知性, unknowing)으로서 무지에서부터 지혜까지 확장되는 불가지적 불확실성(apophatic uncertainty)을 고려해야 하고 셋째는 정통주의에서 다원주의까지 가로지르는 다층적 진리를 고려하는 다수성(multiplicity)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녀는 트랜스 페미니즘의 개념으로 모든 개개인의 고정된  정체성 개념을 부정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무한하게 "상호 얽힘"의 관계성 안에 있는 상호교차성(intersectionality)으로 존재한다고 보았고 이런 차원에서 모든 여성의 경험을 넘어 모든 종류의 약자 및 주변인들과 성소수자들의 연대성 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존재와의 상호연결성을 말하였습니다. 다음의 문장 속에서 그녀의 추구하는 바와 신학적 스타일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과의 의식적 연결: 지혜는 너무 크고, 진리는 너무 다층적(manifold)이다... 이 장(field) 안에서 상호교차성은 서로가 십자로처럼 교차되는 것일 뿐 아니라 서로의 자아 구성 요소 안에 참여함으로써 하나의 동시적 상호 관계성의 밀도(density)로서 꽃 피어난다." 트랜스 페미니즘은 여성신학의 차원을 넘어 관계적이고, 다원적이고, 해체적인  과정신학, 부정신학 그리고 "신-시학(theopoetics)"을 추구하는 매우 급진적인 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