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보다는 사랑인 것 같습니다. 원주민과 완전히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들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지경이 되었어요. 가끔 한국에 오면 상사병에 걸린 것처럼 원주민들이 늘 걱정되고 보고 싶습니다."(박철현 선교사)
정글에서의 선교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파오랑후탄'(감독 이성관)이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2일 오후 서울 CGV용산에서 시사회를 개최했다.
'파파오랑후탄'은 2012년 CBS에서 방영했던 선교 리포트 新사도행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인연으로 제작 됐다. 당시 말레이시아 정글은 체감온도 50도가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였고, 박철현 선교사는 무더위에 지친 이성관 감독에게 수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갔다. 식인종의 후예를 전도한 이야기, 거머리 전도 대장으로 불리던 어린이 지부와의 남다른 우정,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생사를 헤매는 등 20년 동안 원주민과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말이다.
이성관 감독은 영화를 제작할 때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며 "장편영화에 대한 소재를 찾고 있던 저로서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새로운 서사 영화의 시나리오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를 통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의 열정과 잃어버렸던 선교의 소명의식을 회복되면 좋겠다"며 "야성 복음의 개척자들이 배출될 수 있는 꿈과 비전의 영화가 되기를 소원한다"고 전했다.
▲촬영 후 원주민 주민들과 함께 찍은 사진. ⓒ파이오니아21연구소 제공 |
무엇보다 영화 '파파오랑후탄'이 제작될 수 있었던 데는 수백 명의 원주민교회 성도와 8명의 말레이시아 선교사들이 의기투합했던 기도와 헌신이 있다. 당시 프로덕션 촬영을 위해 한국에서 날아온 인원은 감독과 배우를 합쳐서 2명뿐이었기에 부족한 인력과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현지 성도와 선교사들은 직접 영화에 참여했다.
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재연 장면에서는 박철현 선교사가 운영 중인 원주민 신학교 학생들이 주연과 조연은 물론 스태프 자리까지 꿰찼으며 마을 원주민들의 섭외와 조감독 역할은 한국의 각 교회에서 파송된 8명의 단기선교사들이 도맡았다.
이성관 감독은 "원주민과 선교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영화제작은 불가능했다. 그들은 제가 굶주림 속에서 허우적댈 때 하나님이 예비하신 광야 속의 만나였고 영화의 모든 것이었다"며 "영화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었지만, 선교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명감으로 원주민과 선교사들은 이전보다 하나가 됐고, 영화의 완성도 또한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후 6살 아역 시절부터 2017년 현재까지 120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했던 43년 차 경력의 배우 윤유선이 영화의 내레이션으로 동참했다. 윤유선은 "선교사님이 정말 원주민 같았다. 작은 선교사 한 분이 가서 많은 원주민을 사랑하고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한 사람의 사랑이 이렇게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 배우 박영과 <마의>, <수백향> 등의 작품에서 출연했던 탤런트 최범호도 출연했다. 박철현 선교사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염광호는 한 달가량을 정글에서 생활하면서 벼룩과 거머리에 물려 피를 한 움큼 쏟아내기도 했다.
그 밖에도 후반 작업에서는 이미혜 음악 감독과 정진필 믹싱감독 그리고 천영순, 김소현 작가와 같이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선교사의 마음으로 작품에 참여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배급을 맡은 파이오니아21 대표 김상철 목사(제자옥한흠, 순교, 잊혀진가방 감독)는 "한국교회에 선교적 관심을 다시 갖게 하는 따뜻한 영화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왼쪽부터) 박철현 선교사, 지부 역할을 맡은 까미르(Kamir), 이성관 감독. ⓒ시네마미션 영상 선교회 |
한편 이성관 감독은 12살 때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 새벽에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면서 모은 돈으로 중고 VHS카메라를 구입해 학교와 교회에서 작품활동을 했고 2004년 군대에서 전역한 후 다양한 영상콘텐츠를 제작했다.
이후 단편영화 <꿈의정전>을 시작으로 2007년 SBS 드라마 <패션70S> 촬영팀 및 뮤직비디오,다큐멘터리, 홍보영상, 메이킹, 장편극영화 제작에 이르기까지 100여 편이 넘는 작품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중 2011년부터 CBS와 GOODTV의 방송선교 사역에 참여하며 기독교 영화에 대한 비전을 품기 시작했고, 영화제작 선교회 <시네마미션>을 설립하여 첫 번째 장편영화 <파파오랑후탄>을 제작했다.
최근 NGO 단체인 '함께하는 사랑밭'에서 전 세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나눔 활동과 영상선교 사역에 매진하고 있으며 GOODTV 기독교 복음방송 프로그램인 <러브미션 사랑밭>을 연출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