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는 이성이 모르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우리는 천 가지 것들에서 그것을 느낀다." 자연적인 보기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것을 넘어서는 영적인 보기가 있다. 자연적인 듣기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것을 넘어서는 영적 듣기가 있다. 자연적 추론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것을 넘어서는 영적 분별이 있다.
아침 일찍 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너다보니 지평선에 해가 막 떠오르는 광경이 보였다. 해가 너무나 밝은 나머지 하얗게 빛났다. 그 빛이 어찌나 찬란한지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지평선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이 청명한 대기 속에서 각각의 색깔과 모양으로 빛났다. 아름다운 자연의 빛이 그렇게 영혼에 상쾌함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도 자연적 상쾌함일 뿐 하나님의 영광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자연적 영광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볼 책임이 있다.
"이는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이 그들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그들에게 보이셨느니라.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치 못할지니라.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하지도 아니하고 오히려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나니"(로마서 1:19~21)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하나님의 영광을 받아 비추기를 기다리는 영광 모양의 형판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형판에 문제가 있거나 하나님의 영광이 비치지 않아서가 아니다. 인간의 본성상 "마음의 완고함 때문에 지각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에베소서 4:18) 무지 때문이 아니라 주로 완고함 때문이다.
이 완고함은 진리에 대한 극심한 반감이다. 예수님은 "빛이 세상에 왔으되 사람들이 자기 행위가 악하므로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한 것이니라"(요한복음 3:19)고 말씀하셨다. 우리의 문제는 빛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둠을 더 사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보았던 영광을, 기록된 말씀인 성경을 통해 볼 수 있다. 인간 예수가 신적인 존재임이 드러난 것처럼, 인간이 쓴 성경의 말씀이 신적인 것도 드러난다. 모두가 예수님의 영광을 보지 못했지만 영광은 거기 있었다. 그리고 여기, 성경 안에도 있다. ⓒKiwihug on Unsplash |
우리 마음속 형판은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하나님의 영광에 완벽하게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그 자리가 다른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창조 세계나 성육신하신 예수님이나 복음을 통해 빛나는 하나님의 영광이 우리 마음에 비취어도 있을 곳을 찾지 못한다. 제자리에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없고 인지하지도 못한다.
영광 모양의 형판에 우상들이 꽉 들어차 있는 정신은 하나님의 영광을 "어리석은 일"(고린도전서 2:14)로 여긴다. 마음이 완고한 나머지 살인까지 저지르려 하는 이들에게 예수님이 하신 말씀도 이와 같았다.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곳이 없으므로 나를 죽이려 하는도다"(요한복음 8:37)
물론,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말씀을 영광스럽거나 강력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보지 못했다. 말씀을 들었지만 말씀을 사랑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하나님의 빛나는 영광에 맞게 설계된 형판을 가득 채운 어둠을 사랑했다.
'이 세상의 신' 사탄은 이 완고함을 이용한다. 바울은 사탄이 "믿지 않는 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여 하나님의 형상이신 그리스도의 영광을 선포하는 복음의 빛을 보지 못하게 한 것"(고린도후서 4:4)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영광은 복음 안에 실제로 있다. 충실하고 온전히 전파되는 복음을 듣는 사람은 그 영광을 볼 책임이 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한복음 1:14)
이제 우리는 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보았던 영광을, 기록된 말씀인 성경을 통해 볼 수 있다. 인간 예수가 신적인 존재임이 드러난 것처럼, 인간이 쓴 성경의 말씀이 신적인 것도 드러난다. 모두가 예수님의 영광을 보지 못했지만 영광은 거기 있었다. 그리고 여기, 성경 안에도 있다.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의 영광을 볼 때 벌어지는 일을 우리는 상상조차 못 하고 있다.<북코스모스>
- 『존 파이퍼의 성경 읽기』 중에서
(존 파이퍼 지음/ 두란노 / 5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