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혁 박사(내과/신장내과)
조동혁 박사(내과/신장내과)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꺼려한다. 특히 한국 정서는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을 더욱더 꺼려하는 것 같다. 사람 이름을 빨간 색으로 쓰면 화를 내는 것도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알려주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그런데 몸이 아파 의사를 찾은 환자들에게 의사들은 종종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다보면 간혹 환자들이 화를 내거나 서운해 하는 경우도 종종 겪게된다. 오늘은 왜 의사들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진료 중 환자들과 만성질환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된다. 혈압 관리를 안하면 사망률이 이 만큼 높아지고, 콜레스테롤을 관리하지 않으면 이
만큼 높아지며, 당뇨가 걸리면 당뇨가 없는 사람보다 16년 먼저 죽음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식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된다. 또 혈압을 조절하지 않으면 뇌졸증이 올 위험성이 이렇고, 그러다보면 반신 마비가 될 확률이 이렇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간혹 잘못 이해하는 환자들도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겁을 줘서 병원을 오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말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일뿐 자신한테는 올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흘려 듣기도 한다.

의학계에서는 의학적으로 어떤 질병의 치료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임상실험을 한다. 그런 다음, 그 치료의 결과로 합병증이나 눈에 띄는 문제점을 바탕으로 통계를 낸다. 그리고 의사들은 이 통계를 바탕으로 환자들을 치료한다. 의사들이 이런 죽음이나 심근경색증, 뇌졸증 등에 대해서 언급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따라서 중증의 질병이나 만성질환에서 많은 사망률, 심근경색증, 뇌졸증 등의 좋지 않은 결과들을 그 병의 결과로 정하고 통계를 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간혹 이런 이야기를 하면 “뭐 내 나이가 이런데, 뭐 그 정도 살다 죽으면 되지 뭐”라고 하며 그 치료에 응하지 않는 환자를 보게된다. 임상실험에서 어떤 방법이 사망률을 반으로 줄인다고 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망률이 몇 배나 더 높은 그룹의 사람들은, 사망하지는 않을지라도 그 병의 합병증은 많았을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통계를 보고 환자 하나 하나가 그 병을 가지고 있을 때 그런 결과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의 통계를 보다보면 어떤 질병의 관리가 어떤 방법으로 되었을 때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합병증의 위험도가 몇 배가 증가하거나 감소한다는것을 알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가장 좋은 통계를 따라 하는 것이다.

컴퓨터와 전산망의 발달로 수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졌고, 통계 또한 손쉽게 계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자료를 올바르게 분석하고 가장 좋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의사의 지식을 바탕으로 치료할 때, 더욱 건강한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