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 한 미술관에서 귄터 위크라는 작가의 전시회가 열렸다.개막식 행사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는데 그는 구약성경에서 상처와 관련된 단어들 60여개를 골라내어 한글로 서툴게 그리다시피 쓰고 그 단어에 대한 작품을 못으로 만들었다.

'욕하다, 할퀴다, 때리다, 치다, 학대하다, 베다, 찢다, 찌르다, 죽이다...'

이러한 말들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이며, 못은 사람에게 결코 겨누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그런데 왜 노작가는 그 뾰족하고 위험한 물건을 오브제로 하여 그렇게 고통스러운 작업을 하는 것일까. 이는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상처와 그로 인한 아픔을 미술 작품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 심성 속에 박혀있는 못을 하나씩 빼내고 치유를 기원하는 구도자적인 행위일 것이다.

유난히 강하고 거친 말을 자주 쓰는 사람들이 있다.그런 이의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고 경직되게 만든다.아이들에게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경고의 말을 자주 하면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오히려 불안감과 수치심을 자극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그런데 남에게 수치와 묘욕을 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거의 그런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가장 좋은 훈육은 적절하고 일치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부모들은 누구가 자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사랑은 오히려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아동학대의 대부분이 친부모에 의한 것이고 그중에 가장 많은 것이 언어폭력이며, 언어폭력과 함께 일어나는 신체적 학대로 목숨의 위협을 받은 아이들이 지난 2년 반 사이에 6,000명이나 된다.

마음의 상처는 뇌에 흔적을 남기고 유전인자의 변형을 일으키까지 한다.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분노 때문에 일어나는 폭력과 폭언으로 뇌에 상처가 나면 충동조절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가슴에 못박는 말을 그렇게 쉽사리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내가 던진 한 마디 거친 말, 한 개의 못이 어디에선가 통제가 불가능한 폭탄으로 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한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내가 누구에겐가 받았던 상처 때문에 또 다른 이에게 무심히 박아댔던 못은 얼마나 되나 찬찬히 헤아려 볼 일이다.

그렇다면 이미 가지고 있는 폭발물은 어찌할 것인가.우선 그 실체를 알고 '사랑'이라는 해독제로 서서히 녹여가야 하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방법은 서로에게 칭찬과 격려, 수용과 이해, 관심과 지지를 표현하는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서로가 가슴에 못박는 말을 그치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이런 말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나날들이 이어지기를 꿈꾸어 본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이해합니다, 참 잘했네요, 아 그랬군요, 내가 도와줄게요 , 힘내세요..'

이진화 수필가 고양시 문인협회 회장,연세상담실 상담심리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