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말이무엇이냐고 하면 너나 없이 '사랑'이라고들 했었다. 그러나 요즘엔 사랑이란 말이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어져서인지 신선한 느낌도 설렘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고 가슴이 콩콩 튀던 그런 순수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일까.아무것도 없어도 사랑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던 그런 용기도, 믿음도 선뜻 찾아보기 힘든 현실인 것 같다.

T.V프로에 '동심으로 떠나는 여행'<퀴즈, 순수의 시대>란 게 있었다.유치원 아기가 제시어를 내놓고 그것을 어른 출연자들이 알아맞히는 것, 아니 힌트만으로 무엇인지를 맞춰내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그게 참으로 놀라웠다.아이들이기에 가능한 발상과 느끼는 상황, 또 아이들이기에 가능한 표현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오늘도 잠깐 그 프로를 보게 되었는데 '엄마는 집에서 만나고, 동생은 놀이터에서 만나요' 라는 힌트로 문제의 제시어를 찾아내는 것이었다.답은 '개미'였다.답을 듣고서야 '아하'하고 수긍을 하게 되었다.

그런 아이들이 사랑에 대해서 생각한 것을 말한 것이 있었다.사이버공간을 다니다 4살에서 8살 아이들이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에 대한 답을 올려놓은 것인데 놀라운 것은 어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의미 있고 분명한 답이었다.아이들이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는데 놀라지 않을 없었다.그 중 몇 개를 옮겨보면

사랑이란, 한 소녀가 향수를 바르고, 또 한 소년이 로션을 바른 후 만나서 서로의 향기를 맡는 거에요.(Kar,5세)사랑이란 누가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거나 날 아프게 해서 내가 너무나 화가 나도 그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는 거에요. 왜냐하면 내가 그러면 그 사람 기분이 나빠질 테니까요(Samantha.6세) 사랑이란 어떤 남자애에게 너의 셔츠가 예쁘다고 말했을 때 그가 그 셔츠를 매일 입고 오는 거에요(Noell,7세) 사랑이란, 서로에 대해 너무나 많은 걸 알게 된 후에도 아직도 친구인 할머니랑 할아버지 같은 거에요(Tommy,6세) , 피아노 발표회 때 전 너무나 떨리고 무서웠어요.관중석에서 사람들은 절 모두 쳐다보고 있었는데 우리 아빠가 나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짓고 있는 게 보였죠.그러고 있는 사람은 아빠 한 사람이었어요.전 더 이상 무섭지 않았어요.(Cindy, 8세) 사랑이란, 엄마가 아빠에게 닭고기를 주실 때 그중 제일 맛있는 걸 골라 주시는 거에요(Elaine,5세) 사랑이란, 아무리 아빠한테서 땀 냄새가 나도 엄마가 로버트 레드포드보다 더 잘생겼다고 말해주는 거에요.(Chris, 8tp)사랑이란, 우리 강아지가 나를 핥아대는 거에요, 하루 종일 집에 내버려 두었는데도 말이죠(Mary An,4세) 사랑할 땐 속눈썹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요! 작은 별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죠(Karen, 5세)

어쩌면 맑고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이 아이들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이들은 사랑하는 사이엔 어떻게 해주어야 하며, 사랑을 하려면 또 어찌해야 하는지, 사랑이 무엇인지를 어른들보다도 더 확실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가면서 사랑의 중요도 위치가 뒤로 밀리게 되고 급기야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어쩔 수 없는 것'정도까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사랑은 상대의 향기를 맡는 것이요,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이요, 좋아할 일을 해 주는 것이요, 늘 가까이서 함께 해주는 것이요, 좋은 것을 주고 싶음이요, 뭐든 다 좋게만 보이는 것이라는 아이들이 답한 것을 읽으며 이런 사랑, 이런 사랑의 의미로 회복시켜야 참 사랑이란 생각을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성경에선 믿음, 소망, 사랑이라고 했다.그렇다.신뢰와 희망과 애정이없이는 사회도, 국가도, 가정도 바로 될 수 없음이다.그러나 성경은 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다.사랑없이 어지 신뢰가 이뤄지겠으며, 희망이나 소망이 생길 수 있겠는가.그 다음에 건강도 돈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사랑할 땐 속눈썹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작은 별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아이들이 사랑을 보는 눈으로 세상을, 삶을, 사람을 보면 우리의 눈에도 아이들과 같은 순수함으로 사랑이 보일까?

글 최원현 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