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Photo : ) ▲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솔로몬이 피비린내 나는 암투와 모살, 반역이 뒤엉킨 싸움 끝에 왕권을 쥔 후 하나님께 <지혜로운 마음>을 얻고자 기도했습니다. <이에 하나님이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 원수의 생명을 멸하기를 구하지 아니하고 오직 지혜를 구하였으니 내가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네 앞에도 네 뒤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으리라>(왕상 3:11-12). 여기서 그가 하나님의 지혜를 얻었다는 것은 단순히 영특해졌다거나 갑자기 머리가 더 총명해졌다기보다는 그의 인생관이 180도로 변했다는 뜻에 다름 아닙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겪고 당하는 모든 문제는 칼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비롯되는 지혜로서만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그를 전혀 새로운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그는 자칫 포악한 군주가 될 수도 있었던 기로에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현군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솔로몬이 몹시 난처한 시험에 직면합니다. 지금까지는 누가 적이고 동지인가를 분별하는 것이 그의 최대 과제였다면 이번에는 어느 것이 진실인가 하는 문제와 맞닥뜨린 것입니다. 솔로몬을 찾아온 여인들은 몸을 파는 창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두 여인이 씨를 알 수 없는 아기 하나를 두고 서로 제 아이라며 싸움을 벌이다 결국은 솔로몬 왕 앞에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도대체 창녀의 아기를 두고 그것이 누구의 아이인가를 따지는 것도 심란했지만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두 여인이 함부로 다투는 모습이라니 참 어이가 없는 노릇이었음에도 솔로몬은 결코 짜증을 내거나 격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냉정하게시리 신하들에게 <칼을 가져오라!>고 명했습니다. 신하들은 속으로 <대체 뭘 하자는 것인가?>하며 당혹스러워 했지만 사실 소유권을 확정하는 방식에 있어서 칼처럼 분명한 것도 없습니다. 솔로몬이 짐짓 <저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은 이 여인에게, 반은 저 여인에게 주라>(왕상 3:25)고 합니다. 소유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인간들의 싸움은 언제나 이런 것입니다. 이것은 네 것이고 저것은 내 것이라며 날카롭게 칼로 가르는 방식, 그 과정에서 상처가 나고 피흘리는 일이 벌어지고 때로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사람들의 최후 선택이 그렇게 칼이었음을 무수히 보아 온 터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중요한 문제가 떠 올랐습니다. <생명과 소유의 대립>, 칼은 소유를 확정해 주는 대신 생명을 앗아 갑니다. 반면 소유권을 포기하면 아기의 생명은 구할 수 있습니다. 지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연 내가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올해도 나는 생명과 소유의 첨예한 대립 구도 앞에서 과연 어느 쪽을 택하고 또 버릴 것인가 하는 겁니다. 솔로몬의 지혜의 본질은 그 대립각 한가운데서 생명의 힘이 결국은 칼의 힘을 이긴다고 믿었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잠결에 자기 아기를 질식시켜 죽인 여인은 소유를 위해서라면 어느 한 생명이 죽는다 해도 전혀 상관치 않는 인간 유형을 대표합니다. 그런 사람은 소유 대신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을 어리석은 행위로 규정하며 그 과정에서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또한 그런 부모가 키운 자식들 역시도 칼을 휘둘러 소유의 경계를 획정하는 사회를 당연시하고, 모든 것을 오직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식의 가치관에 익숙한 존재들로 정형화됩니다. 이렇듯 세상적 지혜란 교묘하게 칼을 쓰며 감쪽같이 남을 해치는 능력을 의미하지만 진정한 지혜란 이런 것들이 가진 허구를 꿰뚫어 보는 힘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사람들로 하여금 솔로몬처럼 생명을 살리는 선택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이 새해에도 꼭 구해 마땅한 하나님의 지혜란 <내 것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어느 창녀의 길에서 우리의 발길을 돌려 무엇보다도 다정하고 따뜻한 가슴을 가지는 것이며, 그 안에서 칼마저 녹이고 새로운 삶의 꿈을 부화시키는 열정을 품는 것입니다.

<칼>과 <지혜>, <소유>와 <생명>, 여러분은 어느 쪽이십니까? 어느 편을 택하시겠습니까?

/노나라의 별에서 온 편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