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철 교수, 침례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이석철 교수(침례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왔다. 유난히 어려웠던 경제 상황과 IS 테러와 총기 사건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던 한 해였다. 2000년 전에 예수님이 어두운 세상에 오셔서 희망을 주셨던 것처럼, 올해의 크리스마스가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와 소망을 주는 뜻깊은 성탄절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의 크리스마스는 세속적이고 상업적인 면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뜻을 새기고 제대로 이 날을 기려야 하겠다. 그렇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영어의 R자로 시작되는 세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

첫째는 ‘Rejoice’ 즉, 크리스마스의 참 기쁨을 찾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분명 기쁨과 즐거움의 시간이다. 종교의 유무나 종파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겁고 기쁘게 지낸다. 그 이유는 선물이나 파티, 그리고 휘황찬란하게 치장된 환경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선물이다. 실제로 ‘크리스마스’ 하면 대다수의 사람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선물일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선물의 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선물은 크리스마스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진정 기뻐해야 할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수님 그 자체이시다. 크리스마스는 하나님이 인간을 친히 찾아오신 사건이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임마누엘’이 크리스마스의 핵심 의미이다. 그것은 실로 우리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이요 크게 기뻐해야 할 일이다. 인간이 감히 가까이 할 수 없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우리를 찾아오셨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닌가. 이는 실로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며 우리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근본 이유여야 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Christmas)의 주인공은 그리스도(Christ)이시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과연 나에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기쁨이 그리스도 때문인지를. 과연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파티 없이도 기쁘게 이 날을 지낼 수 있는지를.

두 번째 키워드는 ‘Receive’ 즉, 하나님의 선물을 잘 받아 누리는 것이다. 선물이 배달됐는데 수취하기를 거절하거나, 또는 받아 놓고 뜯어보지도 않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선물은 받아서 누려야 한다. 그것이 선물을 준 사람에게 보람과 기쁨이 되는 것이다.

예수님의 오심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었다. 그렇다. 하나님의 이 선물은 모든 사람에게 배달된 것이다. 문제는 우리 각자가 그 선물을 ‘수취’하느냐, 그리고 ‘누리느냐’에 달려 있다. 불행하게도 유대 땅, 하나님이 선택하여 찾아오신 그 땅의 많은 사람들은 이 선물을 거절했다. 그와 똑같은 불행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의 선물과 파티 때문에 즐겁고 기쁜 크리스마스를 지내지만 하나님의 선물은 받아 누리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진정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들이고 누리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선물은 많지만, 마음의 진정한 평안과 소망과 같은 하나님의 선물은 얼마나 받아 누리고 있을까? 그 옛날 베들레헴에서 아기 예수가 탄생할 때 있을 방이 없었던 것처럼 우리 삶에 하나님의 선물을 받아들일 자리가 없지는 않은지 자신을 살펴볼 일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Remember’ 즉,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죄악에 빠진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하여 “구주 곧 그리스도 주”로 오신 분이시다. 그 분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시다. 그러므로 우리의 크리스마스에는 인간이 입을 수 있는 이 최고의 은혜에 대한 기억과 감사가 넘쳐야 한다.

선물은 아무 대가 없이 그냥 받는 것이지만 그것을 준비하고 주는 사람은 값을 치러야 한다. 우리에게 구원의 선물을 주신 하나님은 “아들이라도 아끼지 아니하시고” 독생자를 희생시키는 대가를 치르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통을 짊어지셨다. 그 놀라운 은혜로 우리는 구원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값없이 받게 되는 것이다. ‘값없다’(free)는 것은 ‘값어치 없다’(worthless)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우리가 거저 받는다는 뜻이다.

그 선물을 주시기 위해 하나님과 예수님이 치르신 엄청난 대가를 우리는 잊지 말고 기억하며 늘 감사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크리스마스가 우리에게는 기쁨의 날이요 좋은 소식이지만, 예수님 편에서는 크나 큰 슬픔의 날이고 나쁜 소식이었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나지만 그 분은 오로지 죽기 위해 이 땅에 오셨기 때문이다.

이 날이 우리에게는 구원자 그리스도가 오신 ‘크리스’(Christ) 마스이지만 예수님에게는 십자가의 고난이 운명 지워진 ‘크로스’(Cross) 마스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성탄절에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십자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시기 위해 친히 달리셨던 그 “나무”를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는 별을 붙인다.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 동방박사들이 별을 따라 베들레헴에 간 것을 기념하기 위한 장식이다. 그러나 십자가를 붙인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 필요가 있다. 대속의 죽음으로 구원과 영생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하기 위해서 말이다.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한다는 것은 은혜의 빚진 자로서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을 통해 그 빚을 갚는 것이다.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올바로 기리는 방법은 크리스마스의 참된 정신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선물은 먼저 우리가 받아 누려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적으로 전달돼야 하는 것이다.

성탄절을 맞아 서로 선물과 카드를 주고받고 파티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진정한 선물이 있음을 생각하며 크리스마스를 지내야겠다. 하나님의 그 선물이 우리에게 참된 기쁨과 소망을 주는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2015년 한 해는 세계적으로, 국가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많은 어려움과 두려움이 우리를 힘들게 했다. 내년에도 우리 앞의 삶은 녹녹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우리를 찾아오셔서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모든 두려움과 근심을 벗어버리고 기쁨과 평화를 누리자. 희망과 용기와 믿음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자.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