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목사
감사한인교회 김영길 목사

농사철이 끝나면 농부들은 갈무리를 합니다. 사용했던 농기구들을 잘 씻어두고, 혹 심하게 마모된 연장이 있으면 미리 대장간을 찾아가서 수선해 옵니다. 갈무리를 하다가 내 것이 아닌 물건이 발견되면 얼른 제 주인을 찾아 줍니다. 농기구뿐만이 아닙니다. 서로 도우며 어려움 없이 한 해를 보낸 이웃들을 찾아가서 따뜻한 덕담을 나누며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이제 2015년을 갈무리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갈무리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갈무리하며, 이웃들과의 삶을 갈무리해야 합니다. 그렇게 잘 정리한 후에 영광스러운 새 해를 맞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의 문을 열고 정리해야 합니다. 연초부터 미루어 왔던 생각들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 중의 하나가 "정리되지 않은 생각"입니다. 어제도 온 종일 그 생각을 했고, 오늘도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내일도 똑같은 생각을 계속하리라고 예상할 때에 우리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흐지부지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잊어버린 것은 아닙니다. 언제 다시 튀어나와 또 괴롭힐지 모릅니다. 마음의 창고 문을 열고 이런 생각들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종이에 적어놓고 기도 가운데 하나씩 지워가면서 갈무리해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갈무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얼마나 순종하며 살아왔는가를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순종을 유보하느라 하나님과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어려우면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면서라도 하나님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우리 하나님은 한없이 인자하신 분이십니다. 우리를 도와주시려고 준비하고 계신 분입니다. 수시로 우리의 빚을 탕감해 주시기를 기뻐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하고 기도를 시작할 때에 하늘 문이 활짝 열리는 장면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웃들과의 삶도 잘 갈무리해야 합니다. 맺힌 일이 있으면 풀어버리고, 섭섭한 일이 있으면 녹여버리며, 의심스러운 일이 있으면 신뢰와 사랑의 들판으로 날려 보내야 합니다. 원수지고 사는 삶보다 화목하며 사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합니다. 한 사람과 풀고 나면 나머지 사람들과 푸는 일은 훨씬 더 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주의 도우심을 구하십시오. 화목은 하나님의 특허이니까요.

갈무리는 남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내년에 더 풍성한 농사를 짓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더 정신이 없어"하면서 떠밀려 살아갈 것 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소음에서 벗어나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면서 한 해를 잘 갈무리 할 것입니다. 살아본 적이 없는 2016년을 더 잘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