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의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149)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예수께서 서서 외쳐 이르시되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요 7:37-38)

'명절 끝날 곧 큰 날'은 이스라엘 3대 명절 중 하나인 초막절의 마지막 날을 의미한다. 초막절과 같은 큰 명절의 첫날과 마지막 날은 안식일처럼 모든 일을 중단하고 오로지 성전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그래서 '큰 날'이라고 불렀다.

초막절 마지막 날에는 성전 제단에 물을 붓는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는 일종의 기우제였는데, 제사장들이 실로암 못에서 물을 가져와 제단에 붓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그때에 절기를 지키기 위하여 예루살렘에 모여 있던 유대인들은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의미의 '호산나'를 외치면서 물 붓기 행사에 참여하였다. 초막절이 끝나게 되면 곧이어 바쁜 농사철이 시작되었다. 열악한 환경의 이스라엘에서는 적당한 때에 비가 내려야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래서 여호와께서 적당한 때에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내려 주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신 11:14).

그런 점에서 '명절 끝날'은 일주일 동안의 초막절 절기를 마쳤다는 것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농사철에 필요한 비를 구하는 공식적인 기우제 예식도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절기를 지켜야 한다는 종교적 의무감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풍요로운 삶의 근거인 비까지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서로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바로 그때에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오라'고 외치셨다. 형식적인 신앙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향한 도전이었다. 겉으로는 모든 것을 갖추었다 하여도 내면적으로는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기도 하다. 누구든지 예수께로 오려면 먼저 자신이 얼마나 목마른 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예수 안에 있는 생수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수 안에 있는 생수의 근원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과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목마른 자가 예수께로 나와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가 생수를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수의 근원 되시는 예수께서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와 함께하여 주심을 강조한다. 그것이 두 번째 단계 곧 '나를 믿는 자는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는 약속이다.

두 번째 단계의 약속에서 중요한 것은 '배'와 '강'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1) '배'로 번역된 헬라어 '코일리아'는 신체의 한 부위로서의 '배'를 의미한다. 그에 대한 히브리어 역시 같은 의미의 '베텐'이다. 그러나 그것은 신체 부위를 들어서 영적 의미를 추구하는 당시 유대인들의 독특한 표현기법 중 하나였다. '배'가 신체적으로 중요한 중심 부분이듯이, '배'는 또한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의 중심인 내적 자아를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배'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얻은 새로운 생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난 생명은 겉모양이 아니라 전체와 관련되는 중심의 변화이다. 그런 변화된 삶의 중심에 생수의 근원 되시는 예수께서는 들어와 함께 사신다는 것이다.

(2) 그러면 '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스라엘은 물이 귀한 지역이므로 강 개념도 우리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강'이라는 명칭이 붙으려면 어느 정도 강의 폭이나 깊이 또는 길이 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물이 부족한 이스라엘에서 강은 물량적인 기준에 따르지 않는다. 단지 1년 내내 물이 흐르기만 하면 '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중 물이 흐르는 강이 될 수 있을까? 이스라엘에서 대부분의 물줄기는 겨울철 비가 내릴 때에만 잠시 흐른다. 그러나 그중에서 1년 내내 물이 흐르는 강들이 있다. 강우량과 상관없이 물이 계속 흐르려면, 강의 시작이 지하수 샘이어야 한다. 만일 샘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양이 많지 않다면, 어느 정도 흐르다가 주변의 고온 건조한 기후에 의해 곧 마르고 만다. 그런 개울을 건천이라고 하는데, 이를 히브리어로 '나할', 아랍어로는 '와디'라고 한다. 그에 비하여 연중 물이 계속 흐르는 강은 히브리어로 '나하르'라고 한다.

주님께서 하신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는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지적하신 것이기도 하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주님과의 동행을 의미한다. 그것은 주님 안에 있는 생수 근원이 우리들 안으로 들어와 우리들 삶의 근원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생수의 근원은 우리 안에 갇혀 있거나 도중에 증발돼 버리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범위를 넘어서서 주변으로 더 넓게 생수를 흘려보내는 헌신과 봉사의 삶을 살게 된다.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와 함께 사시는 예수께서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넘쳐흐르는 생수의 근원이 되신다. 그것이 곧 성령으로 충만한 삶이다. 그래서 "이는 그를 믿는 자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요 7:39)는 설명이 첨가되어 있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