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호(號)를 붙여 준다면 ‘기인(奇人)’이 딱이다. 기인 박성도 목사.
1989년 32살에 코스타리카를 선교하겠다며 식당에서 일해서 번 돈 1천 달러를 들고 인디오들이 거주하는 고산악지대로 들어가 손짓 발짓으로 선교를 시작했다. 20년 만에 10개 교회를 개척하고 수천 명의 영혼을 구했다. 좀 편해질까 싶더니 이 사역을 현지인들에게 다 넘겨준 후, 이번에는 니카라과를 선교하겠다며 도시 빈민들을 찾아갔다. 이곳에서는 수도인 마나과에 교회를 건축하고 신학교까지 세워 현지인 지도자를 양성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그렇게 24년 선교한 후, 2년여간의 안식년을 허락받아 LA로 ‘쉬기 위해’ 온 박성도 목사는 “LA도 선교지”라는 마음을 품게 됐다. 기독교 국가인 줄 알았던 미국에도 여전히 불신자들이 많으며, 교회를 다니다 떠난 사람도 많고, 이곳에서 전도할 수 있는 타민족이 수백에 이르는 것이다. 다만 그가 섬기던 중남미 선교지와 다른 점은 이곳 사람들은 선교를 후원하며 참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더 크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LA 한인타운에 LA선교교회를 개척했다. 자신이 속한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교단에 이 교회를 가입시켰다. 자신이 LA에 머무는 동안 잠깐 섬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앞으로 LA를 복음화하고 선교에 헌신할 교회를 꿈꿨던 게 분명하다. 그와 아내 이렇게 2명이 시작한 교회는 이제 20여 명이 출석하고 있다. 그는 후임으로 장태원 목사를 청빙하며 “2년 만에 10배 부흥했으니 앞으로 2년 뒤에 또 10배 부흥하길 바란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그는 이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리는 주일예배에서 그동안 교회 재정 상황을 모든 성도에게 공개했다. 그는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모든 재정이 투명하게 잘 지출됐다”고 보고했다. 박 목사는 “성도들에게 헌금 부담을 안 주었지만 이제 매달 4천 달러 예산을 사용하는 교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할 때는 자기 돈을 투자하면서 왜 교회를 개척할 때는 자기 돈을 투자할 수 없나’라는 생각으로 “개척 자금 2만5천 달러를 헌금했다”고 밝혔고 이 헌금으로 지난 2년 2개월간 여러 교회 비품을 구입하고 교회 건물 보증금을 냈으며 한 달 치 렌트비도 미리 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은 돈 1만4천 달러는 제가 선교비로 다시 받아가겠다. 이 돈이 있어야 제가 남미에서 또 선교할 수 있다”고 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성도들에겐 “내일 비행기 타고 LA 떠나면 이제 못 본다. 지금 사진이나 찍자”고 퉁명스런 위로를 건넸다.
박성도 목사가 떠나고 장태원 목사가 취임하는 감사예배에는 9월 6일 오전 11시 주일예배와 겸해 드렸으며 교단 관계자도, 축하객도 없이 이 교회 성도들만 참석해 아쉬움을 달랬다. 화환이나 대단한 식사도 없었다. 전 교인이 기념촬영을 하기 전에 이 교회 장로 한 명이 급히 꽃다발 2개를 건네준 게 전부였다. 새로 부임하는 장태원 목사는 “박 목사님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제 평생에 이런 분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성도들은 기인 박성도 목사, 아니 하나님의 사람 박성도 목사의 니카라과 사역을 축복하며 예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