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에서 사용되는 신조어 중 하나가 '가나안 교인'이다. 이 말은 '안 나가'를 뒤집어 놓은 표현으로, 기독교 신앙은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는, 소위 교회 제도 밖에서 신앙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 용어가 확산된 것은 지난해 발간된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의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이란 책이 교회 안팎에서 반향을 일으키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13년도에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정재영 교수팀의 '가나안 성도' 관련 연구조사도 있었으며, 가나안 교인에 관한 연구와 세미나가 몇 차례 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지금까지 나온 '가나안'이란 용어 및 관련된 연구가 한국교회를 위한 걱정이며, 함께 고민해야 될 시사점을 적지 않게 제공해 주었음에 크게 공감한다. 하지만 이 말을 대체할 적절한 용어를 교계 공동의 논의를 통해 찾아야 한다고 본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을 '가나안 교인'이라고 하는 표현하는 것에는 수반되는 문제가 적지 않음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로, 구약성경 특히 출애굽기에서 가나안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노예 상태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이 되어 지향해 나아가는 최종 목적지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구약성경에서 보면, 가나안 지역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점령한 요단 서편 땅을 뜻하기도 하고, 넓은 의미로는 시리아 지역의 일부까지 포함한다. 다양한 족속의 원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기에 여러 이방신들이 존재했고, 실제적이며 영적 전투를 벌여야 했던 전쟁터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었던 것이 분명하며, 결국 출애굽의 험난한 과정은 '가나안'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결국 가나안은 신앙 선조들의 삶의 목표이며 약속의 상징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들을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로, 이미 다수의 교회들과 기독교 복지단체들이 '가나안'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비유적인 사용이기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결코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일반 사회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김용기 장로께서 설립한 '가나안농군학교'의 자리매김을 고려한다면, '가나안'이란 말이 '안 나가'의 뒤집힘 정도로 설명되는 언어의 유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천주교의 경우 '냉담자'라는 용어를 통해 "주일 미사에 참여하지 않고 종교 활동을 쉬는 자"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기독교계에서도 "교회 불출석 신자" 등 적절하고 명료한 단어를 합의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고유의 이미지와 전통을 함의하고 있는 성경 언어의 의미를 훼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셋째로, '가나안 교인'이란 표현이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교회를 멀리하는 이들이 발생한 다양한 원인과 사회 문화적 경향성 등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기독교의 '교회론'이다. 교회는 주님의 몸된 공동체로서, 기독교를 묶어 주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이다. 부활한 주님을 만난 성도들이 함께 모여 이룬 교회는 부활의 증거이며, 아무리 많은 허점과 인간들의 불완전성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독교의 본질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를 벗어난 기독교인이란 단어는 개념적으로도 어불성설이다. '가나안 교인'이란 현실적으로 교인이 되기 힘들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