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하나님께서 노아 시대의 대홍수사건을 마무리하시는 단계의 이야기입니다. 죄악이 가득하던 세상을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홍수로 쓸어버리신 하나님께서는 그의 명령에 순종함으로써 살아남은 노아와 그의 가족들에게 다시 복된 삶을 선언하셨습니다. 즉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하신 것입니다. 이 복주심의 선언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하늘과 땅과 물의 각종 동물들을 창조하신 후에도 하셨고, 남녀 첫 사람을 창조하신 후에도 반복하셨던 선언을 새로 하신 것입니다. 이 선언은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기를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는 말씀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이기도 합니다. 이미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던 생명들을 죄 때문에 지면에서 다 쓸어버리신 후에 다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의 의미는 무엇이겠습니까? 이제는 죄 짓지 말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것이라고 봅니다.

오늘 본문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으로 시작해서 같은 명령으로 끝납니다. 따라서 이 본문은 사람이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며 복된 삶을 누리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그 뜻대로 살기 위한 사람의 도리를 밝히신 생명과 행복의 헌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생명과 행복의 헌장의 핵심으로 주어진 명령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피를 흘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4절에서도 "생명 되는 피"라 했고, 5절에서도 "생명의 피"라 했듯이 여기서 피는 생명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피를 흘리지 말라는 것은 곧 생명을 해치지 말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절대로 사람의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의 의식 속에 확실히 각인시키시기 위하여 비록 사람이 먹을 양식으로 허락하신 짐승이라 할지라도 그 고기는 먹되 피와 함께 먹지는 말라 하셨습니다. 3-4절의 말씀이 그것입니다: "모든 산 동물은 너희의 먹을 것이 될지라. 채소 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 그러나 고기를 그 생명 되는 피째 먹지 말 것이니라." 또 5절에서는 "내가 반드시 너희의 피 곧 너희의 생명의 피를 찾으리니 짐승이면 그 짐승에게서, 사람이나 사람의 형제면 그에게서 그의 생명을 찾으리라" 하셨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생명으로 갚아야 할 만큼 사람의 생명은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정신은 훗날 모세를 통하여 주신 계명 속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십계명 중에는 그 여섯 번째 계명에서 "살인하지 말지니라"는 말로 간결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출21:28-29에 보면 "소가 남자나 여자를 받아서 죽이면 그 소는 반드시 돌로 쳐서 죽일 것이요 그 고기는 먹지 말 것이며 임자는 형벌을 면하려니와 소가 본래 받는 버릇이 있고 그 임자는 그로 말미암아 경고를 받았으되 단속하지 아니하여 남녀를 막론하고 받아 죽이면 그 소는 돌로 쳐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라 했습니다. 출21:32에서는 "소가 만일 남종이나 여종을 받으면 소 임자가 은 삼십 세겔을 그의 상전에게 줄 것이요 소는 돌로 쳐서 죽일지니라." 당시에 아무리 신분이 낮은 남종이나 여종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받은 소는 비록 그 소에 받친 종들이 생명을 잃지 않았어도 돌로 쳐서 죽일 것이고 그 소의 주인은 보상금을 물어야 할 만큼 사람의 생명은 그 어떤 사람의 것이든 고귀하고 소중한 것임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레24:17에서는 "사람을 쳐죽인 자는 반드시 죽일 것"이라 했고 레24:19-21에서는 "사람이 만일 그의 이웃에게 상해를 입혔으면 그가 행한 대로 그에게 행할 것이니 상처에는 상처로,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갚을지라. 남에게 상해를 입힌 그대로 그에게 그렇게 할 것"이라 했습니다. 레24:19-22에서는 "사람을 죽인 자는 죽일지니 거류민에게든지 본토인에게든지 그 법을 동일하게 할 것은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임이니라" 했습니다. 그만큼 사람의 생명의 고귀함은 절대적인 것이라는 말입니다. 민35:31에서는 "고의로 살인죄를 범한 살인자는 생명의 속전을 받지 말고 반드시 죽일 것"이라 했습니다. 이 말씀들은 복수를 인정하는 말씀이라기보다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사람의 생명은 돈으로 그 값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고귀함을 말해주며, 따라서 고의로 생명을 해하는 행위가 얼마나 크고 악한 죄인지를 가르치는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 6절에서는 왜 사람의 생명을 이토록 귀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음이니라." 하나님께서는 비록 사람이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함으로써 더 이상 하나님의 형상이라 불릴 수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생명의 고귀함과 존엄성을 알리시고 생명을 보호하시기 위하여 죄인인 인간이지만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은 존재임을 상기시키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의 요지는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며 특별히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 사람들이 행복하게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것은 모든 생명에 대한 주권이 오직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생명을 주신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입니다. 생명을 해치는 것은 모든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부인하는 일이며, 모든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에게 도전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가장 크고 소중한 뜻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일이며, 하나님에게만 있는 삶과 죽음의 권리를 찬탈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살인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악한 일입니다. 5절에 보면 "내가 반드시 너희의 피 곧 너희의 생명의 피를 찾으리니 짐승이면 그 짐승에게서, 사람이나 사람의 형제면 그에게서 그의 생명을 찾으리라" 하셨는데 "내가 반드시"라고 하심으로써 사람의 피를 흘리는 행위는 하나님 자신의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이며 하나님에 자신에 대한 모독과 도발임을 분명히 하시고 그 행위는 결코 간과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라크에서 한 테러단체에 의해 잡혔다가 무참히 살해된 한국인 김선일 씨의 일로 인해 슬픔과 충격과 분노로 들끓고 있습니다. 그 테러리스트들은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민간인을 잡아 무고하고 불법적인 공개처형을 한 것입니다. 그들은 처형당한 시신을 수습할 사람들에게 또 테러를 가하기 위하여 시신에 부비트랩을 설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의 몸을 산산조각 내면서까지 또 다른 살상의 도구로 사용하려 한 것입니다. 이런 극악한 만행 앞에서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있을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일이 자행된 것입니다. 그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온 인류의 이름으로 규탄 받아 마땅한 범죄행위입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다시는 지구상의 그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나님께 기도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의 이 참극을 당하며 우리에게는 냉철하게 되짚어보아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이 야만적 살인이 저질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꼭 같은 방식으로 이미 미국인 두 명과 이딸리아인 한 명이 각각 처형되었습니다. 그 때에도 우리가 지금처럼 슬퍼하고 분노했는지? 또 그렇게 무자비하고 잔인한 인간살육과 인권유린을 이라크의 테러리스트들만 저지르는 것인지? 더 심하고 더 엄청난 테러와 폭정이 바로 우리의 북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에는 왜 이 나라 정부가 굳이 외면하며 침묵하는지? 목숨을 걸고 탈북한 동포들이 중국 당국에 의해 북한으로 송환되어 개돼지처럼 잔인하게 처형되는 일들이 빈번히 벌어져도 왜 뒷짐 지고 있는지? 그리고 300만 명을 죽게 한 6.25전쟁은 왜 애써 잊으려 하는지? 그런 엄청난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쓰라린 역사를 기억하고 거기에서 얻은 교훈을 늘 되새겨야 할 터인데 어찌하여 이 사회는 그 역사의 흔적을 자꾸 지워버리려고만 하는지? 북한의 세습독재정권하에서 300만 명이 굶어 죽거나 잔인하게 처형된 현실을 국제사회는 고발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모른 척, 우리의 일이 아닌 척하고 있는지? 그 세습독재정권 때문에 다 합쳐 600만의 인명이 희생을 당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죽어갈 터인데 왜 그 죽어갈 동포들을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동포들을 죽이는 독재정권을 열심히 살려주고 있는지? 왜 북한의 인권유린을 지적하고 고발하려는 사람들을 수구, 냉전, 반민족, 반통일, 반평화주의자라고 몰아세우는지? 이런 모순 되고 위선적인 태도를 언제까지 견지하려는지? 등등의 질문 앞에 서야 할 것입니다.

북한문제에 관해서는 우리는 옛날 일 거론해서 북한집권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북한에서 하자는 대로 다 해주어야 전쟁이 나지 않고 그들도 감동 받아서 유화적으로 나올 것이고 그래야 평화통일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른바 햇볕정책 옹호자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할 말도 못하고 그저 끌려가주기만 하면 그들이 고마워서 스스로 변하고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릴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나 어린애 같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가 아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확신입니다. 그것은 공산주의와 북한독재정권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것입니다. 최근 제 손에 들어온 자료 중에 금년 1월 30일부터 3월 9일 사이에 있었던 <북조선 김정일의 지시사항>이라는 문건이 있습니다. 그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우리가 기대하듯이 그렇게 변하지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그 문건에서 김정일은 계속 우리를 "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대남전략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봅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제 해석을 붙이지 않고 몇 문장을 인용합니다:

"... 남조선 청년학생조직을 통한 공작사업에 힘을 넣도록 빈틈없는 대책을 세우고 제3국에서의 지휘체제를 빠짐없이 검토하여 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2004년 1월 30일)
"... 남조선 도피주민들 속에 우리의 공작인원을 침투시켜 그들이 효과를 내도록 하기 위한 대책안이 나온 것은 실효성이 있는 안이라 생각합니다. ... 앞으로는 조직적으로 짜고들어 적들이 심리전을 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 짬을 뚫고 들어가 보다 효과적으로 반공격을 해야 합니다. 대책안대로 단계를 설정하여 적극적인 공세를 벌리도록 하여야 합니다"(2004년 2월 21일)
"최근에 남조선으로 도피한 사람들 중 우리 당에서 지키려는 혁명의 붉은 기를 지키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도피한 사람들도 있지만 ... ... 개중에는 의식적으로 당을 배반한 자들이 남조선 추종자들과 함께 그 무슨 방송을 통하여 우리 당을 헐뜯으려 한다고 합니다. ... 해당부서에서는 이러한 방송장난을 하려는 자들만은 용서치 말아야 합니다. 인민의 이름으로 응당한 징벌을 안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경계할 것은 절대로 우리사람들이 직접 나서지 말고 삼자들을 동원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말밥에 오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3월 2일)

정치적인 생명경시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는 온갖 형태의 생명파괴와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먹거리와 관련한 범죄는 사라질 줄 모르고 극성을 부립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을 어린아이들이 즐겨 찾는 식료품에 마구 사용하거나 일명 "쓰레기 만두"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자들은 테러리스트 아닙니까? 산업폐기물이나 공해물질들을 태연히 식수원에 방류하는 인간들과 그것을 묵과해주고 덮어주는 공무원들이나 솜방망이 같은 행정처분으로 무마시켜버리기에만 급급한 행정당국, 그런 일이 일어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가는 우리 국민들은 모두가 다 어떤 의미의 테러리스트가 아닙니까? 빚을 제때 갚지 못한다고 신체훼손이나 장기매매를 강요하고 여인네들에게 윤락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나, 1년에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아무런 가책 없이 죽여버리는 낙태왕국 한국의 국민들이 하나님 앞에서 양심을 가지고 과연 이라크 테러집단에게 돌을 던지며 생명존중을 외칠 자격이 있습니까? 이러한 질문들 앞에서 우리는 진솔하게 대답해봐야 할 것입니다.

김선일 씨의 죽음이 그저 하나의 비극적 사건으로 끝나고 잊혀질 것이 아니라 고귀한 희생으로 남으려면 우리 모두가 흐려지고 잊혀진 우리 자신의 "생명존중과 인권보호" 의식을 근본부터 새롭게 하고 튼튼히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의 피를 흘리지 말라" 하신 말씀 속에 담겨진 하나님의 뜻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생명과 인권을 존중함으로 온 인류가 다같이 행복한 삶을 사는 도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해 나가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