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을 목 졸라 쓰러뜨려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에게 뉴욕시 대배심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촉발된 뉴욕 도심 시위가, 이틀째인 4일 대규모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날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은 지난 7월 스태튼아일랜드에서 불법 담배를 팔던 흑인 에릭 가너(43)를 목 졸라 쓰러뜨려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다니엘 판탈레오(29)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대배심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뉴욕주의 법에 따라, 불기소 결정의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배심은 경관의 목 조르기가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역과 타임스스퀘어, 맨해튼가 뉴저지주를 잇는 링컨터널,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다리 등 곳곳에서 열렸다.

시위대들은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백인 경관의 총에 맞고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외쳤던 "손을 들었으니 쏘지 말라"(Hands up, Don't shoot)와, 가너가 길바닥에 쓰러진 후 의식을 잃기 전 남긴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를 구호로 외쳤다.

남침례회 종교와윤리자유위원회 러셀 무어(Russell Moore) 위원장은 이번 대배심원들의 결정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자신은 이번 사건의 동영상이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라고 보는 견해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 소식에 충격을 받고 할 말을 잃었다. 우리는 공정한 법 집행에 대한 소식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정부가 거리에서 담배를 팔았다는 이유로 한 남성을 목 졸라 숨지게 한다는 것은, 성경에서 의미하는 정의 혹은 어떤 인정할 만한 정의 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모든 특별한 사건과 상황에 대해 정부에 동의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형제·자매들이 우리에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할 때는 귀를 기울여야 할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퍼거슨 사건과 달리,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있어서 사실관계가 명확하며 이에 대한 판단이 용이하다. 

폭스뉴스 진행자인 빌 오레일리(Bill O'Reilly)는 "가너가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들으면서 극도로 힘들었다. 주먹이 저절로 풀렸다"면서 "에릭 가너는 몸무게가 많이 나갔고 천식까지 앓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물론 경찰에 저항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가너와 그의 가족들을 긍휼히 여겨야 한다. 그는 이 같은 일을 당할 이유가 없었다. 판탈레오를 비롯한 모든 미국 경찰들이 나의 견해에 동의할 줄 믿는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위의 확산과 관련해 "인종과 지역, 신념을 넘어서는, 미국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의 누군가가 법에 따라 공정하게 대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나의 의무"라고 했다.

법무부는 이날 클리블랜드 경찰을 상대로 지난 3월부터 실시해 온 조사의 결과를 발표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지나친 무력 사용이 만연해 있었다고 밝혔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특별 기자회견에서 "지역 사회가 경찰을 신뢰하려면 투명성과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흑인인권운동가들은 13일 워싱턴DC에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국민행진'을 열기로 했다. 이들은 얄 샤프턴 목사가 이끄는 단체에서의 논의를 통해, 대배심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