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요 목사.
(Photo : ) 김한요 목사.

새로 이사하면서 케이블 TV를 주문했습니다. 케이블 회사에서 직원이 나와 케이블 박스를 연결해 주고 갔는데, 채널이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플 정도입니다. 리모트 콘트롤로 작동을 시도해 보지만, 리모트 콘트롤 자체가 너무 복잡해 엄두도 못 냅니다. 단추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저도 어느새 아이들에게 리모트 콘트롤을 맡기며 채널을 바꾸어 달라고 부탁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TV 채널이 세 개뿐이었던 시대에서 자란 저와 채널이 천 개가 넘는 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과 격세지감을 느낍니다.아이폰 신제품 6가 출시되면서 예약 주문량이 최고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출시되자마자 품귀 현상에 웃돈까지 주며 하루라도 먼저 소유하려는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들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하이테크의 전쟁입니다. 좀 더 혁신적이고, 좀 더 편하고, 좀 더 빠른 기술의 전쟁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아이폰을 사용하지만,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왔다고 이렇게 야단스러운 반응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 전화기도 그 기능을 십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또 신제품이 나오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어른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진득한 면이 부족하다고 걱정합니다.

새것에 대한 반응이 민감한 만큼이나,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이 상대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컴퓨터를 두들기며 수천수만의 선택 속에 자란 세대라 그런지 이전 것을 갈아치우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이테크 신제품에 열광하는 현대인의 모습도 결국 하이터치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집에 전화기 한 대로 쓰던 시대에서 식구 수대로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는 시대로 변한 것은 '나만의 것'을 찾는 하이터치의 시대적 요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 비행기는 앞에 큰 화면을 틀어 놓고, 아무 선택권 없이 틀어주는 영화를 보았지만, 이제는 좌석마다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수많은 영화와 음악을 선택해서 시청할 수 있는 것을 보면, 하이테크는 하이터치의 필요에 따른 수반된 현상인지도 모릅니다.하이테크 시대에 목회의 방법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예배를 위해 필요한 프로젝터, 조명 및 시설 등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합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목회의 기술은 하이테크가 아니라, 하이터치입니다. 저는 시설투자와 더불어 오늘도 예배 후 성도님들의 손을 잡기 위해 교회 마당에서 서성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