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순호 목사
(Photo : ) 현순호 목사

집을 떠나 멀리 간다는 것 자체가 신나는 일이다. 반복되는 일상 생활을 벗어나는 자체가 해방이고 쌓인 스트레스를 확 날려 버리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우리 부부는 4박 5일의 여정으로 세계적인 관광지인 레이크 타호를 세 자녀들의 가족들과 함께 신나게 다녀왔다.

자녀들이 내 슬하에 있을 때 다니던 여행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그 동안 자녀들로부터 같이 여행 가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번번히 사양했었다. 이유는 젊은 사람들의 여행에 늙은 부모가 따라가는 것이 짐이 될수가 있고 또한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번에는 우리 부부가 선수를 쳤다. 금년에는 세 남매 가족과 우리가 다 같이 휴가를 가도록 하고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겠으니 너희들은 시간, 장소 그리고 스케줄을 짜라고 전했다. 더 늙어지기 전에 건강하게 언덕을 오르내리고 차를 몇 시간씩 탈 수 있어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때 가자는 생각도 있었고, 또 손자 손녀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우리가 다 세상을 떠난 후에라도 부모에게나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그 기대는 맞아 떨어졌다. 첫 번째는 형제끼리 서로 협동해서 자기들의 직장에 피해가 없도록 여행 계획을 짜고 하이킹을 하거나 보트를 타면서 킬킬거리며 끈끈한 형제의 정을 쌓아 가는 모습이나, 손자 손녀들이 어른들의 사랑을 받으며 같이 즐기는 시간은 너무도 흐뭇했다. 두 번째는 휴가를 보내는 방법이다. 우리 시대는 되도록이면 많은 곳을 다니면서 많은 사진을 찍고 돌아와서 자랑하는 것이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젊은 사람들이 만든 스케줄은 너무도 좋았다. 집 한 채를 며칠 동안 렌트하고는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는 그 집에 돌아와 차 마시며, 책 보고, 게임하고, 떠들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낮에는 케이블카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가 조각된 돌산의 절묘한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의 오묘한 솜씨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레이크 타호에서 좀 떨어진 곳의 자그마한 규모의 에메랄드 호수는 너무도 아름다워 떠나고 싶지가 않았다. 정말 다채로운 경험이며 온 가족의 화합과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세 번째는 자녀들 개개인들이 그간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부담없이 하기도 하고 듣기도 했다. 형제 간에 계속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도록 하며, 먼저 베풀고 그리고 섭섭한 일이 있어도 포용하는 마음을 가질 것을 주문하면서, 늙어가는 부모는 어떤 기약을 할 수 없기에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 효도의 길이라는 부모의 마음도 전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오는데 유난히 결혼 사진이 크게 보인다. 50여년 전 새파란 남녀가 100년을 행복하게 살겠다고 서약하고 찍은 사진이다. 6 25 전쟁 후 폐허 위에서 생존을 위해 허덕이던 시절, 가난에서 오직 사랑과 희망 그리고 근면으로 억세게, 자는 시간을 줄여 가면서 일하고, 공부하면서, 힘차게 살아온 여정이었다. 오늘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다는 켈리포니아에 세 자녀들과 이웃해서 같이 산다는 행복감은 결혼 사진을 찍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꿈같은 일이다. 가능한 자녀들과 같이 여행의 기회를 자주 만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