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목사
(Photo : ) 김영길 목사

저는 성도님들의 가정을 심방하는 일을 즐거워합니다. 심방을 한 번 다녀오면 그 가정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 가정의 필요를 알게 되고 기도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주간에도 다섯 가정을 심방하였습니다. 그런데 두 가정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한 가정은 남편이 사경을 헤매다 하나님의 은혜로 위기를 넘기고 집에 돌아와 회복 중에 있었습니다. 아내 되시는 권사님은 갑자기 남편이 부르는 소리에 침대에서 내려오시다가 떨어져서 어깨뼈가 부러지는 불상사를 당하셨습니다. 그때에 우리 교회의 권사님 한 분이 오셔서 그 가정을 정성껏 도와주셨습니다. 아내 권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남편을 돌볼 수 없을 때에 그 권사님이 오셔서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셨어요. 그 분의 사랑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가정의 심방을 마치고 다른 가정에 들렀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이 그 가정에서도 자기들을 도와주신 어떤 집사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목사님, 그 집사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가정이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요. 너무 힘들어서 새벽 1시나 2시에 전화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때마다 저를 따뜻하게 위로해주시고 격려해 주셨어요. 지난 7년을 그렇게 변함없이 우리들을 붙들어주셨어요. 제 딸아이가 우울증으로 고통을 당할 때에 '여자는 다 예쁘게 꾸미고 싶은 거야' 하시면서 그 아이를 '네일 샵(nail shop)'에 데리고 가서 손톱을 예쁘게 손질해 주기도 하셨고요. 우리뿐만이 아니에요. 힘들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 여럿이 지금도 그 집사님 때문에 용기를 얻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 교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와 연관된 여러 얼굴들도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이야기들의 내용은 조금씩 다른데 신기하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본인의 입을 통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언제나 도움을 받은 분들을 통해서 뒤늦게 알게 됩니다. 아마도 자신의 선행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가능하면 들은 척하지 않고 아는 척하지 않습니다. 마음으로만 고마워하고 감사드릴 뿐이지요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고 말했습니다(갈6:10). 믿음의 가정들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려움을 당한 이들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면 일부러 기회를 엿보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