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목사
(Photo : ) 김영길 목사

사람들은 누구나 어렸을 때의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추억합니다. 저는 가끔 국민(초등)학교 때에 자전거를 배웠던 일을 기억합니다.

자상하신 아버지께서 제가 앞으로 커서 장사꾼이라도 되려면 자전거 정도는 탈 줄 알아야 하신다며 돈을 지불하고 한 시간씩 자전거를 빌려다 타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예상이 크게 빗나가서 이렇게 목사가 되어 있습니다.)자전거를 배우는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넘어졌습니다.때로는 논밭으로 굴러 떨어져서 옷이 흙탕물로 뒤범벅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홀로 터득하느라 그렇게 넘어졌습니다. 그런데 넘어질 때마다 피가 흐르는 무릎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누군가에게, 특히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게 넘어진 장면을 들켰을 때였습니다.사람은 넘어지면서 배웁니다.

제가 자전거를 통하여 배운 진리는, 넘어지지 않으려면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열심히 페달(pedal)을 밟아야 합니다. 페달을 밟는다는 말은 어딘가를 향하여 진행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진행하지 않으면 넘어집니다.

두 번째는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가느다란 두 바퀴로 프랑스의 굽이진 산비탈길을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사이클 선수들을 보노라면 그들의 탁월한 균형 감각이 신기하고 경이롭습니다.

산다는 것은 자전거 타기와 흡사합니다. 때로는 빠른 속도로, 때로는 느린 속도로, 우리는 매일 매시간 어딘가를 향해 달려갑니다.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뒤로 갈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비행기와 자전거입니다. 앞으로만 가야 합니다. 실수한 일은 뒤로하고 앞으로만 나가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균형을 잃어버리면 넘어집니다. 슬퍼하되 과도하게 슬퍼하지 않고, 기뻐하되 절제를 잃을 정도로 기뻐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자랑을 할지라도 교만한 자리에 서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과 사물을 보는 균형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나쁜 점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소하지만 칭찬할 일도 한두 가지쯤은 있게 마련입니다.자전거 타기에 익숙해지면 많은 유익이 있습니다. 짐을 싣고 갈 수도 있고, 사람을 태우고 갈 수도 있습니다. 20리가 넘는 시골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서 오랜만에 누이와 매형을 만나고 오던 날은 지금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요즘은 나이가 들면서 제 자신에게 자주 물어봅니다. 오늘도 앞을 향하여 진행하고 있는지, 방향은 제대로 잡았는지, 그리고 균형감각은 아직 건강한지, 매일 제 속사람에게 진지하게 물어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