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
(Photo : 기독일보) 민종기 목사

   "좁은 문"이라는 소설은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가 1909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사람들이 이 작품을 고전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유는 이 작품이 종교적 윤리와 남녀의 사랑이라는 다소 갈등의 소지가 되는 주제를 아름다운 필치로 정교하게 표현하기 때문이 아닐까? 제롬과 알릿사의 사랑은 맺어지지 않는다. 금욕적 수행을 통하여 죽음에 이르게 된 그녀에게, 그리운 연인 제로옴은 늘 애틋한 미련으로 남아있었다. 지드는 작품을 통하여 좁은 문이 "이성간의 아름다운 사랑마저 우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암시하는 것 같다. "신앙의 좁은 문은" 그러므로 "수도원이 아니라 일상에서 찾아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청교도들의 영성은 그 꼼꼼한 적용 때문에 종종 기독교 내의 다른 종파에 의하여 비판되어지고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영국을 개혁하고 미국 독립의 정신적 기저가 되었던 청교도는 신자의 영성을 교회당과 수도원의 지역적 담장을 넘어서게 만들었다. 청교도의 영성은 하나님의 말씀을 시장(marketplace), 정치의 무대, 군사 작전과 오락과 절기 등에 적용시켰다. 황제의 위치를 거절하고 호국경의 이름으로 나라를 다스렸던 청교도 크롬웰 장군은 하나님의 말씀을 군사와 정치에 적용시키려했던 사람이다. 그의 군대는 욕을 하지 않았으며, 찬송으로 군가를 삼고 긍휼과 배려로 백성을 섬기던 좁은 길을 간 군대였다. 그 군대는 강력했던 유럽의 군대를 여지없이 격파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크롬웰은 자신의 선 곳에서 좁은 길을 걸어간 사람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좁은 길이 수도원에서 일상생활로 내려왔다면, 이러한 영성을 이어받은 우리도 좁은 길을 바로 우리의 삶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걸어야 할 좁은 길은 어느 영역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좁은 길은 목회자만의 길이 아니라, 성도 모두가 걸어야 할 길이다. 크롬웰과 그의 군대가 걸었던 길이라면, 우리 모두가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좁을 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즈음에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뿐만 아니라 관련된 역사서, 지도력에 대한 연구서, 평전 및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명량"이라는 영화는 개봉 첫날에 67만의 관객을, 이틀 동안에 100만 이상의 관객을 넘겼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어떤 장군이라도 이순신보다 더 나을 수 있었을까? 이순신은 장군으로서 좁은 길을 간 사람이다. 23전 23승의 해군제독이다. 그는 백성의 생명을 존중한 아버지와 같은 장군이다. 조선이 이미 개발한 대포와 다소 느린 판옥선을 사용하여 원거리 전투에서 적을 괴멸하고, 일본의 강점인 조총과 근접전을 피한 전술의 귀재이다. 그는 상황의 어려움을 딛고 승리의 좁은 길을 찾아 나라와 민족을 지킨 애국자이다.

   영국의 해군중장 G.A. 발라드는 충무공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위대한 해상지휘관들 중에서도 능히 맨 앞줄을 차지할만한 이순신 장군을 존재하게 한 것은 신의 섭리였다." 주님의 섭리로 29주년에 접어드는 우리가 건강한 교회, 선한 영향력을 가진 교회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