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동성결혼 주례자로 나섰다가 성직을 박탈당했던 미국 연합감리회 소속 목회자가 복직됐다.

펜실베니아에서 사역하던 프랭크 쉐퍼(Frank Schaefer) 목사는 북동부 항소관할위원회(Northeastern Jurisdictional Committee on Appeals)의 결정에 따라 24일(현지시각) 복직됐다.

이와 관련, 쉐퍼 목사는 "우리의 성소수자 공동체에 매우 희망적인 신호"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들(위원회)은 내가 차별당하는 이들 편에 선 것에 대해 부당한 처벌을 받았다는 점을 인지했다. 오늘 결정은 교회가 율법을 넘어선 사랑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것은 교회의 많은 이들이 이미 본보기가 되었던 길이다. 연합감리회 내에서 나를 강단으로 초대하고, 저녁을 함께 하며, 물질로 우리 가족들을 후원해 준 이들을 통해 이미 나는 복직됐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인 쉐퍼 목사는 지난 1996년 부제로 임명을 받았으며, 1998년 사제가 되었다. 성직을 박탈당하기 전까지 펜실베니아 레바논에 위치한 시온연합감리교회 목사로 섬겼다.

2006년 당시 10대였던 그의 큰아들은, 동성과 약혼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결혼식 주례를 요청했다. 쉐퍼 목사는 이를 수락했고, 이러한 소식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연합감리회 규례서에 따르면, 어떠한 사제들도 동성결혼식을 주례할 수 없으며, 이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쉐퍼 목사 아들의 결혼식은 지난 2007년 4월 있었으나, 6년이 지날 때까지 시온연합감리교회는 쉐퍼 목사를 고소하지 않았다.

이후 교회 재판부에서 혐의를 인정받은 그는 30일간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향후 계속해서 동성결혼을 주례할 경우 성직자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고 판결했었다.

쉐퍼 목사는 그러나 이러한 교단의 결정에 대해, 향후 자신이 교회법을 어길 수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지난주 메릴랜드에서 열린 항소위원회는 "쉐퍼 목사가 이미 30일간의 정직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만료 시기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밀린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항소위원회의 이 같은 판결은 교회법으로 봤을 때 위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항소위는 "목사의 자격 박탈은 반드시 과거에 행한 분명한 위법 행위에 대한 것이며, 미래에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행위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법적 원리에 비춰 봤을 때, 프랭크 쉐퍼 목사의 성직 박탈은 이러한 원리에 일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쉐퍼 목사의 복직 소식이 전해지자, 존 롬페리스(John Lomperis) 종교와민주주의연구소(Institute on Religion and Democracy) 소장은 "매우 실망스럽지만, 전혀 놀랍지 않은 결과"라는 입장을 보였다. 롬페리스 소장은 성명을 통해 "위원회 소속 회원들은 우리의 성경적 입장을 붙드는 것에 동의하는 대신, 교회에 대한 그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데 자신들의 지위를 남용했다. 쉐퍼 목사와 그의 동조자들이 우리의 기준을 무시하는, 통합성이 결여된 캠페인을 벌이면서 오히려 교단 기준을 운운하는 것은 위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연합감리회 내에서 동성애 이슈에 대한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성직자들 사이에서 교단 분립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5개의 관할권을 대표하여 30번 이상의 연례 컨퍼런스를 치른 80명의 감리교 성직자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매우 중대한 위기 가운데 있다"면서 교단을 전통파와 진보파로 분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