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량
(Photo : 기독일보) 정인량 목사

현재 전 세계에 약 6,000개 정도의 언어가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 가장 막강한 언어는 아무래도 영어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의 영어 실력이 전 시대에 비해 급상승하고 있음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세계에서 영어로 말하기가 가장 어려운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은 일본보다는 발음상에 있어 좀 나은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R과 L의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 쉽지 않다. 그리고 th 발음에 이르러서는 혀가 꼬여 제대로 하기가 난망이다.

어떤 1세 목사님이 선물과 현재의 같은 단어인 '​present'을 구별해서 발음하지 못해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영어좀 한다해도 나이들어 발음을 고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종종 딸에게 '아빠 그렇게 하려면 제발 영어를 쓰지 마세요' 하고 통박을 받는데 일예로 형상(Image)을 이미지로 발음해야 하는데 꼭 이메이지라고 해서 야단을 맞고는 한다.

한번은 매릴랜드 주도인 애나폴리스를 찾아가다가 길을 잃었다. 하는 수 없이 7-11에 들어가 종업원에게 길을 물었는데 애나폴리스를 못알아 듣는거다. 할수 없어 스펠링을 써주었더니 아! 애나-폴리스 하면서 그제야 알아듣었다는 듯이 가르쳐 주어 내심 속으로 '고약한 것 같으니 애나폴리스면 어떻고 애나-폴리스면 어때? 좀 알아듣으면 안돼?' 했던 때가 있었다.

어떤 교회 영어부에서는 샐러드를 준비하고 한어부에서는 사라다를 준비한다고 해서 한 바탕 웃었던 일도 있다. 그런데 내 정도의 영어도 일본에 가면 굉장한 영어이다. 한번은 일본 동경 긴자에서 경찰관에게 영어로 길을 물었더니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쩔쩔 매는 것을 보았다. 일본 사람들 영어 참 재미있다. Hot Coffee를 '홋또 코히'라 하고 맥도날드를 '마끄도나루도' 라고 하고 스타벅스는 '스타바쿠스' 라 한다. 하기는 한국 사람들이 또박또박 '맥도날드'라고 발음해도 미국인이 못 알아 듣긴 매한가지이지만, 어떤 일본사람이 외국인과 대화하면서 오바제아 오바제아 라고 자꾸 말해 도대체 오바제아가 뭔가 하고 나중에 알아보았더니 바로 'over there' 였단다.

한국 영화중 '태극기 휘날리며'가 일본에서도 개봉되었는데 일본에서의 제목은 'brother hood'였다는데. 그런데 이것을 일본사람들이 '브라자 훗도' 라 했다는 것 아닌가! 'thank you'를 '상큐'라고 하고 'happy birthday'는 '핫삐 바스데~' 라고 밖에 못한다. 그래도 일본인들이 자기식 영어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중국인 필리핀인 베트남인 인도인 모두 자신 만만하다. 오직 한국인들만 주눅이 들어있다. 물론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 필요하고 또 많은 노력이 따라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안되는 영어 가지고 창피해 할 일은 아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유창한 불어로 연설을 하여서 야당대표가 아무리 불어를 잘 하여도 대통령의 공식 연설은 한국어야 한다고 꼬집었다지만, 대다수의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한 것만은 어쩔수 없을 것이다.

나는 때때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영어연설을 청취하고는 '참 그 분 그 정도 영어 가지고 세계 대통령역을 참도 잘 한다' 했는데, 오히려 원어민 유엔주재 기자들이 반총장의 영어를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영어는 매우 고급스럽다' 고 평가를 했다고 하니 참 의외의 일이다.

결론은 자국어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언어사대주의라고 할 것이다. 영어 발음 좀 시원찮으면 어때? 어깨를 주욱 펴고 아는 단어 모두 총동원해서 뜻 통하면 만만세다. 어치피 바벨탑 사건 이후 언어는 통일되지 않을 것이고 여전히 혼잡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