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한인교회 신윤일 담임목사
(Photo : ) 실로암한인교회 신윤일 담임목사

최근에 기온이 내려가면서 가을의 기분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나뭇잎들은 색깔이 변하기 전이지만 종종 시들은 나뭇잎들이 나무 아래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가을의 낙엽이 생각납니다. 저는 가을이 참 좋습니다. 왜 가을이 좋은지 생각 해 보았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지쳐있는 우리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날씨가 상쾌하면 온 마음이 기쁘고 인생이 활짝 꽃이 피는 것 같습니다. 또 가을에는 좋은 열매들이 많이 맺힙니다. 한국 산에 가면 하늘을 갈라 놓은 듯 터지면서 드러난 밤이라든지 푸른 하늘에 주황색 점을 찍으면서 나무에 달려있는 그림 같은 장면들. 이런 것 들은 가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 입니다.

또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피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만 해도 한국에서 가지고 온 코스모스 씨를 심어서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한 두 그루의 코스모스 외에는 볼 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또 시의 감정을 느끼면서 시를 읽을 수 있는 환경이라서 좋습니다. “가을노래” (이해인)입니다.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면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중략>.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또 가을이 되면 사색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여름은 너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 탈선하는 기차 같습니다. 그러나 가을은 쉼이 있는 시간입니다. 가을 바람은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바삐 가시는 걸음을 멈추고 시원한 바람 좀 맞고 가세요. 잠시 잊고 살았던 푸른 하늘을 한번 쳐다 보세요. 그 동안 삶의 격정 때문에 듣지 못했던 내 마음의 소근대는 소리를 들어 보세요. 나의 내면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시간입니다. 저는 사색을 좋아 하는 가을 소년이었습니다. 목회를 하고 세상을 살면서 열심히 사는 것은 필요에 의해서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덜 열심 이더라도 사색하며 사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를 안할 것 같습니다.

가을에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열매를 맺기 위하여 붙어 있는 것이 떨어지는 시간입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 열매 꼭지에 달려 있는 꽃도 떨어집니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꽃, 열매를 잉태시킨 그 사명을 다 감당하고 시들어 떨어집니다. 나무 잎도 그늘을 만들어 주던 그 사명을 다 감당하였습니다. 꽃을 피워주던 그 사명도 다 감당하였습니다. 가을이 되면 열매에게 모든 좋은 것을 다 주기 위해 잎은 떨어집니다. 그것은 추락이 아니고 스스로를 내려 놓는 아름다움입니다.

여름은 모으고 쌓고 올리고 이름을 내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을은 그 모든 것을 두고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하는 계절입니다. 분주하게 모으지만 다 놓고 갑니다. 그 것을 깨닳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가을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