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랑교회 김성환 담임목사
(Photo : 기독일보) 큰사랑교회 김성환 담임목사

미국에 와서 처음에 가장 불편을 겪는 것 중 하나가 아마도 크레딧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크레딧이 없으면 차도 살 수 없고, 집 렌트도 하기 힘듭니다. 당연히 크레딧 카드도 못 만들지요. 현금이 많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꼭 신용이 좋은 co-signer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자율도 좋게 받을 수 있고, 아파트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이런 제도가 너무도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신용이라는 것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돈만 있으면 되지... " 다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이 사회가 사람들의 신용을 어떤 기준에 의해 평가해 놓고, 서로가 신용을 중시하는 삶의 태도를 견지하게 만든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용이 좋은 사람, 즉 크레딧 점수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그에 따른 보상을 해 주고, 신용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에겐 그에 따른 불이익을 줌으로써,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신용이란 것을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물론 이런 제도가 한 사람의 모든 부분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수립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 완전할 수 없고, 아주 불합리한 면도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 미국에 오면 그 분이 아무리 정직한 사람이고 법 없이도 사는 분이라 해도 미국에서의 크레딧이 없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를 신용사회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인간 관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믿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들에게 남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을지 두렵기만 합니다.

사람들이 그렇게도 필요로하는 사랑도 그 바탕에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 없는 사랑은 절대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믿음이 깨어질 때 그 사랑은 뜨거웠을 수록 더 큰 상처와 고통을 안겨다 줍니다.

비지니스에도 믿음이 필요합니다. 물론 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내는 것이 비지니스의 목적 중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믿음을 져 버리는 상술은 이 세상에 소망 보다는 실망과 분노를 남겨 놓습니다. 하지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노사간의 관계, 주인과 고객과의 관계는 우리 사회를 매우 밝고 희망차게 만들어 줍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에 대한 신뢰, 믿음이 바탕이 될 때에 아무리 큰 문화적 차이나 생각의 차이가 있다 해도,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관계는 지속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가 믿음이 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남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먼저 거짓과 싸워야 하고, 극단적인 자기 중심적 태도를 극복해야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약속한 것은 지키고,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은 그것이 무겁다 해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럴 때에 우리 사회는 보다 더 희망찬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신앙 가운데도 믿음이 필요합니다. 참 우스운 말이지요? 신앙이란 것이 믿고 바란다는 뜻인데, 거기에 믿음이 필요하다니요?

하지만 우리는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전혀 믿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하니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믿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그래서 믿음은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을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믿지 않는 자가 아니라 믿는 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믿음 안에 소망이 있고, 기쁨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