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비율 지도. 색이 짙을수록 빈곤층의 비율이 높다(2012년 자료). ⓒ파발마
빈곤층 비율 지도. 색이 짙을수록 빈곤층의 비율이 높다(2012년 자료). ⓒ파발마

1949년 미국의 트루먼(Harry Truman)은 자신의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구원할 지식과 기술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비록 트루먼 대통령의 이러한 희망이 실현되는 데에는 비교적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 인류는 극빈층(extreme poverty)을 구제하는 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 1990년에서 2010년 사이 세계의 극빈층이 절반 정도 줄었는데,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43%에서 21%로 감소한 것이다. 이는 약 10억 명의 사람들이 절대 빈곤의 삶에서 벗어난 것을 의미한다.

현재 세계 인구 70억 명 중 11억 명이 극빈층의 국제적 기준인 하루 생활비 1.25달러(한화 약 1,400원)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국제 단체의 지도자들은 지난 2000년에 세운 빈곤층 감소 목표인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대신할 새 목표를 의논하기 위해 모였는데, 새 목표는 2030년까지 세계의 절대 빈곤계층을 다시 10억 명 줄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빈민 기준은 4인 가족 기준 하루 생계비 63달러(한화 약 76,000원)이며, 신흥 개발 도상국 중 부유한 나라들의 빈민 기준은 하루 생계비 4달러(한화 약 5,000원)이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15개국의 빈민 기준은 1.25달러(한화 약 1,400원)다. 이는 2005년 달러 시세에 구매력(purchasing power)을 적용한 기준인데, 이 기준 이하로 사는 이들은 가난하며, 불결하고, 야만스러우며, 수명도 짧다. 또한 이들은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설령 충분한 음식을 장만해 있더라도 적절한 의복과 쉴 만한 공간은 갖고 있지 못하다. 이들을 이러한 비참한 삶에서 구원해 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번영하는 세계를 위해 충분한 조치는 아니다.

현 시대가 빈곤층을 줄인 성과는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인상적이다. 비록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s) 중 산모 사망률을 75%, 유아 사망률을 66% 줄이자는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지만, 빈곤층을 절반 줄이자는 목표는 5년 앞당겨 달성됐다. 그런데 밀레니엄 개발 목표 달성의 주요 원동력은 자본주의와 자유 무역에 의한 경제 성장이다.

빈곤층 비율은 20세기 후반부터 줄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빈곤층 감소의 2/3는 바로 경제가 성장한 나라들에서 나왔다. 그리고 나머지 1/3은 불평등의 감소에서 기인했다. 평등하지 않은 나라에서의 소득 1% 성장은 빈곤층 비율의 0.6% 감소에 그쳤지만, 평등한 나라에서는 빈곤층 비율의 4.3% 감소로 이어졌다.

빈곤층 감소에 무관심했던 중국에서 빈곤층 감소분의 2/3가 나왔는데, 이는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에 기인한 것이다.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은 불평등을 빠르게 악화시키기도 했지만 절대 빈곤층을 사라지게 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1981년에서 2010년 사이 중국에서 6억8천만 명이 가난에서 벗어났으며, 극빈층의 비율은 1980년 84%에서 현재 10%로 현저히 감소했다.

세계가 앞으로 20년 동안 10억 명을 극빈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과거보다 더 어려울 전망인데,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번째 이유는 극빈층이 밀집해 있는 인도와 아프리카 국가의 정부의 행정력(governance)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중국의 빈곤 탈출과 같은 일이 발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번째 이유는 이미 10억 명의 사람이 극빈층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남아 있는 매우 비참한 사람들을 극빈의 삶에서 끌어 리는 것은 이전보다 더욱 힘들 것이다.

그러나 만약 개발도상국들이 지난 2000년 이후 보여주었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빈곤 국가들에서도 중산층이 증가하며, 불평등도 더 심화되지 않는다면,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극빈층 비율을 현재의 16%에서 2030년까지 3%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실현된다면 빈곤계층 10억 명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즉 경제 성장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빠르게 진행되고, 소득의 격차가 더 줄어들어 극빈층이 거의 사라지는 수준인 1.5% 비율로 하락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의 극빈층은 1억 명 가량으로 줄어들 것인데, 이들 대부분은 아프리카에 거주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의 파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