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저녁, 플러싱의 순복음뉴욕교회(담임 김남수목사) 한 쪽 건물에는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푸른 빛깔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현수막 바로 곁은 반지하로 통하는 짧은 계단. 그 계단 주변으로 하얀색과 검은색의 줄무늬가 교차된 티셔츠를 입은 아버지학교 봉사자들이 어른거리고 계단 밑 강의실에서는 5-60명의 아버지들이 열심히 앞을 주목하고 있다.

살며시 문을 여는 순간 들려오는 어느 아버지의 착잡한 목소리 "...아이들에게 너희들 잘 하라고 하고 어디든 없어지고 싶었지요. 힘들게 해서 미안했어요"
누군가의 아들인 듯한 젊은 청년의 물기어린 목소리도 들린다. "그 날 아버지가 제게 처음으로 '너한테 좀 기댈께' 그러시는 거에요. 그리고 제게 기대서 주무셨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강하고 용기있는 줄 알았는데, 아버지도 기댈 어깨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날 처음 알았습니다." 두란노 아버지학교에서 만든 영상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두란노 아버지 학교는 한국온누리교회에서 95년 10월 시작한 것으로, 이번 모임은 전체적으로 589번째, 뉴욕 뉴저지 지역에서는 7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가정사역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2001년도부터는 독자적으로 "아버지 학교 운동본부"를 구성해 사회단체로 발돋음했다. 한국사회가 IMF를 겪던 2001년 당시, 사회에서 몰려나고 소외된 아버지들이 가정에서조차 설 자리가 없음을 발견한 후 이 모임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왔던 까닭이다.

"미주지역에서는 포틀랜드에서 2000년 처음으로 아버지 학교가 개설된 이래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LA, 산호세, 뉴욕, 아틀란타 등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많은 곳으로 확장된 것을 보면 아버지 학교가 성령께서 일으키신 운동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지요. 아버지 학교를 경험하면 일단 '변해야겠구나'라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진정한 남성, 아버지로 거듭나야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뉴욕,뉴저지 아버지학교 양규진 대표는 자신 역시 '아버지 학교를 통해 치유받은 사람'이라고 밝힌다. 사랑을 서스럼없이 표현하고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것은 무게가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이전의 그는 아버지 학교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랑을 표현하고 잘못했을 때 솔직히 그 잘못을 시인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웠다.

"21세기 산업화의 결과 아버지들은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다른 것으로 그 자리를 메꾸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정은 파탄되었지요. 이 시점에서 이제 다시 아버지의 정체성, 권위를 회복하고, 진정한 남성상을 찾자는 것이 이 운동의 목표입니다. 권위는 군림하는 권위가 아니라 가족을 섬기는 권위죠."

"또한, 아버지 학교는 참가하는 이들이 나 하나, 내 가정 하나만을 생각하도록 만들지 않습니다. 남자들끼리 같은 테이블에서 얘기하다보면 내 앞 동료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되고, '아, 나와 같은 아버지가 있구나'하는 공감이 일면서 그룹 세라피가 됩니다."

양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진지하게 말하는 양대표의 눈에는 치유받은 자로써 다른 상처입은 자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이의 열심이 서려있다. 이같이 아버지 학교 운동본부의 스텝들은 다 아버지 학교 출신으로 자신의 경험을 남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자원봉사자들. 여성은 이해하기 어려운 '남성'만의 세계를 간직한 그들에게서 진한 동료 의식과 근사한 남성의 힘이 느껴지는 것 같다.확실히 남성은 여성과 다른 '무엇'이 있다.

"2달된 아기아빠입니다. 그런데 그 애를 보면 아직도 내가 이 아이의 아빠라는 것이 실감이 안나고 그저 내 조카를 보는 것 같아요." 청중들이 까르르 웃는다. 아버지로써 나누고 싶은 경험을 묻는 모임 진행자의 말에 대한 한 젊은 아빠의 대답이다.

이처럼 아버지가 된다는 것, 하나님께서 주신 아버지로써의 지위를 받아들이고 이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은 아침에 해가 뜨고 밤에 해가 지듯 저절로 되어지는 일은 아닌 듯 하다. 이것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사랑과 생명에 대한 책임감, 이로 인한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님 앞에 엎드려져 가정의 리더로써의 능력을 구하는 겸손의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아버지 학교'는 이같은 어려운 길을 홀로 가지 말고 따뜻하게 뭉쳐서 함께 가자고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뉴욕,뉴저지 아버지 학교 제 7기는 6월 첫째주,둘째주 주말을 이용 4일간 열렸으며, 이 시간에는 '아버지의 영향력(김용복 목사, 뉴욕두란노 책임목사)', '아버지의 남성(박수웅 장로)', '아버지의 사명(이상규 목사, 1000만인 QT운동본부 대표)', '아버지의 영성(김두화,뉴욕지구촌교회 담임)' 등 아버지 학교에서 체계화시킨 4개의 주제에 관한 심도깊은 강의와 자녀에게 편지쓰기, 촛불의식, 세족식 등 그에 따른 실천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