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장세규 목사.

한국에서는 황사가 심합니다. 황사 철이 되면 모두 건강 걱정을 하고 황사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황사철에는 삼겹살 매출이 올라갑니다. 삼겹살의 지방이 몸에 들어온 미세 먼지를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황사 문제를 다루는 환경부 장관이 황사 대처 방안을 발표하면서 삼겹살의 지방이 목의 먼지를 씻어 준다는 것은 근거없는 속설이며 속히 집에 들어가 씻고 양치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가 나가자 항의가 들어 왔습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돼지 고기 가격이 떨어져서 고통받는 양돈 농가를 대변하는 한돈협회에서 "한돈농가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읽지 못한 환경부의 부주의한 발표가 소비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협회는 "환경부가 돼지고기가 황사배출에 도움이 안된다는 근거로 내세운 것은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연구자의 주장일 뿐"이라며 "돼지고기가 체내 중금속 해독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국민적 상식일 뿐만 아니라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과학적 연구결과로 이미 증명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장관은 국회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습니다. 고위 공무원을 한돈협회에 보내서 사과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사실을 따지자면 장관이 맞습니다. 과학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거의 모든 경우에 삼겹살이 황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지방이 황사의 중금속을 붙잡아서 배출하기 보다 몸에 남게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나 유사 전문가들이 다른 의견을 말하기도 하지만 과학자 집단 전체의 의견을 들어 볼 때 결론적으로 삼겹살은 황사 문제에 별 관계없습니다.

물론 정치적인 영향을 책임져야 할 장관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은 문제가 될 지 모릅니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입장에서 과학적인 결론을 발표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정치적인 이해가 걸린 주장에 과학적인 진실이 꺽인 것입니다. 당장 양돈 산업에는 정치적인 양보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과학적인 사실을 부정하면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이런 일은 교회에서도 벌어집니다. 교회는 복음이라는 진리를 전하기 위해서 세워졌습니다. 목회자는 복음의 종이요, 진리의 종입니다. 복음은 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진리입니다. 최근 들어 교회에서는 사회 문제에 대한 설교와 가르침이 들리지 않습니다.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들은 너무나 신령하고 영적입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습니다. 경제와 정치 문제에 대해서, 심지어 교인들의 건강와 일상에 직결되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논쟁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코메디언들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방송 코메디 주제로 금지된 것이 너무도 많다 보니 코메디언들은 주로 바보 역으로 등장합니다. 누구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되고 항의를 듣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오히려 점차 지적장애우들에 대한 인권 문제가 지적되면서 바보 연기도 못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선교 초기에 한국 교회는 독립 운동의 첨병이었습니다. 설교 시간마다 일제 침탈과 지배의 부당성을 설파했습니다. 한국 교회는 강단에서 반공을 외쳤고 그 때문에 수 많은 성도들이 순교했습니다.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 부흥 시기에는 성실하고 바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축복의 복음을 외쳤습니다. 독재 시기에는 주일 마다 민주주의를 언급하면서 수없이 많은 목사님들이 파출소에 호출되어 가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복음을 필요로 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교회가 신령해지고 영적이 되면 세상과 격리됩니다. 세상에서 존재감을 잃게 됩니다.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가 됩니다. 진리를 전하는 기독교를 간절히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