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장세규 목사.

자주 들르는 작은 캐리아웃 식당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분들이 하는 곳입니다. 중동이나 지중해 지역 메뉴를 제 맛을 내어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자주 들르게 됩니다. 하루는 아내와 함께 집에 가는 길에 들러서 의자 4개 뿐인 작은 탁자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가게 주인의 친구로 보이는 어떤 중년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일본인이냐고 물어서 한국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대뜸 김밥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롤을 말하냐고 물었더니 다시 또렷한 발음을 김밥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일본식보다는 한국식 김밥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20년전에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인 친구가 종종 김밥을 말아 줘서 먹게 되었고 한식을 접하게 되었답니다. 일본식 스시나 캘리포니아 롤보다는 두툼하고 넉넉해서 배를 채울 수 있는 김밥을 좋아한답니다.

중동계로 보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한국 음식에 돼지 고기가 종종 들어가는 데 할랄 음식이 아니어도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손사래 질을 하면서 자신은 무슬림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 중동 출신 기독교인입니다. 먼저 물었으니 이번에는 어디서 났나고 물었습니다. 이란 출생이라고 합니다. 이란 사람 같지 않게 생겼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성경을 아느냐고 묻기에 좀 안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성경에 나오는 앗수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1차 대전 때 오토만 제국의 박해를 피해서 흑해 지역으로 이주했습니다. 아버지는 이란으로 옮겨 정착했습니다. 이 분은 이란에서 태어난 앗수르 사람입니다.

앗수르 사람은 수메르인, 갈대아인, 바벨론인이 강성해지기 전에 지금의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유프라데스 강과 티그리스 강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민족입니다. 고대 민족 중에서도 가장 먼저 강력한 세력을 이룬 민족입니다. 그들은 중동의 파란 만장한 역사 속에서 고난을 겪기도 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1차 대전 당시에 학살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고향인 이라크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리 저리 치이기도 했습니다. 5000년 넘는 역사를 통해서 중동을 한 때 지배했던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아랍인과는 철저하게 구별되는 문화를 유지합니다. 앗수르 사람들은 대부분 기독교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지역를 본가로 하는 앗수르 동 교회(동방교회와 다름)에 속했습니다. 신앙의 족보를 언급하면서 빌립이 사마리아에서 복음을 전하는 시기까지 올라갑니다. 지금도 가족들이 모이면 가족의 전통어를 사용합니다. 예수 당시에 사용되던 아람어가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합니다. 멜 깁슨이 제작한 그리스도의 수난 영화는 예수님 당시의 아람어를 사용했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반 이상을 알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슬람 권에서 민족의 정체성과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조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동 현지에서 활동하는 개신교 선교사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2000년된 기독교 민족이 기대하는 선교를 조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바로 집 앞에서 중동 지역을 만납니다. 신앙의 자유를 위해서 고향을 떠나서 미국에 정착한 디아스포라들을 만납니다. 이 지역에서 1900년 신앙의 선배들과 교제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디아스포라 선교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