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렌지카운티 목사회에서 주최하는 이민목회 포럼에 다녀왔다. 이민교회 목회자들의 애환을 함께 나누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모임에서는 이민교회 목회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여러가지 아픔들을 솔직히 나누었는데 한 목회자는 한국에서 수 천명의 교인을 관리하던 위치에 있다가 미국 동부에서 교회를 개척한 후 단 한 사람의 교인도 얻지 못하고 무려 6개월을 사모님 한 분을 앞에 두고 예배를 인도했던 일을 추억하기도 했고 또 한 목회자는 교회를 개척하고 있는 힘을 다해 섬긴 10여년간 생각보다 열매가 없었던 것을 회고하면서 과연 이래도 목회를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회의에 빠졌던 일들을 고백하기도 했다.


소수의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민교회는 성도 한명 구하기가 한국에 비해 100배쯤은 힘든 어려운 환경이다. 게다가 1세와 2세간의 언어적, 문화적 차이는 교회의 힘을 응집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점차 국제적으로 바뀌어 가는 한국의 교회들은 세계의 중심이라 할 미국 생활의 경험과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목회자들에게 관심을 보여 오고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이민교회 목회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하나둘 한국으로 목회지를 옮겨가기도 한다. 귀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이민교회의 사명을 귀하게 여기고 이 땅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자 하는 목회자들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민목회 포럼을 인도하던 한 목사님은 이민교회에 대한 그런 불타는 사명감 때문에 한국의 대형교회에서의 청빙을 받았으나 단호히 물리칠 수 있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비록 눈 앞의 목회 현실은 어렵지만 디아스포라들을 보내시고 훈련하시고 또 사용하시는 복음의 역사를 생각할 때 결코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는 것이 그 분의 고백이었다.


포럼에서도 솔직히 고백했지만 다른 많은 목회자들에 비해 나는 비교적 고생을 적게 한 이민목회자 중의 한 사람이다. 좋은 교회, 좋은 성도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나라고 해서 이민목회자로서의 고충이 적지 않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전임 목회자와 성도들이 눈물로 씨를 뿌려 놓은 까닭에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교회를 섬기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목회를 하면서도 나는 늘 감사한 마음과 함께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또 나보다 훨씬 더 뜨거운 열정과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목회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료 목회자들을 볼 때마다 죄송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이 포럼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민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귀한 뜻을 더 깊이 간직하고 이민목회자로서의 불타는 사명을 가지고 교회를 섬겨야겠다고. 아울러 이민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또 이민목회자들 한 분 한 분을 더 존경하고 사랑하며 섬기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