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흑 커뮤니티, 화해의 장을 열자

92년 4월 29일. 한인들은 참혹하고 처참하게 부서진 상가와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 버린 눈물에 관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백인경찰들이 흑인청년 로드니킹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사건이 TV를 통해 보도된 후 기소된 백인 경찰들이 4월 29일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촉발된 4.29 흑인 폭동 때문이다. 보수적 인종차별 정책에 분노한 흑인들은 거리로 나와 무차별적 폭력과 파괴, 약탈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주피해자는 바로 한인들이었다.

폭동 후 12년이 지났다. 한인사회 안에는 인종 커뮤니티의 화합과 교류에 관한 요구가 절실히 대두되고 있다. 사회참여 지역 공동체 연합인 ‘산업지역재단’(IAF) LA지부인 LA 메트로(하워드 김 목사)는 폭동 12주년을 맞아 지난 4월 29일 동양선교교회에서 “4.29 폭동의 회고와 한인사회의 연합”이라는 주제로 모임을 열었다. 이날 모임에서는 4.29 폭동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인종 커뮤니티가 어떻게 화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날 발언한 로스엔젤레스교회협의회 회장 레널드 잭슨 목사는 “한인교회 커뮤니티와 흑인교회 커뮤니티는 교회라는 기초 위에서 하나로 연합되어 인종 커뮤니티의 문제들을 해결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에 앞서 크루세이더템플교회의 로버트 콜 목사와 새시대교회 조성 목사가 나와서 흑인교회와 한인교회의 연합과 화합에 관해 말했다. 조성 목사는 흑인교회인 크루세이더템플교회와 새시대교회가 서로를 초대해 예배를 함께 드린 미담을 전했다. 이들은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서로를 잘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성 목사는 이어서 인종 간의 불이해와 무지로 인해 발생한 4.29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한인커뮤니티가 흑인 뿐만 아니라 아시안, 히스패닉 커뮤니티와도 긴밀한 연합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모임에서는 한인커뮤니티가 내부적으로 긴밀히 연합해야한다는 데에 뜻을 모으고 교통체증과 안전, 주류판매허가 제한, 이민 노동자, 마약 갱문제, 그리고 마라톤 일자 변경 등의 문제에 관한 한인들의 입장을 로스엔젤레스시에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제임스 한 시장이 참석해 한인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한달 이내에 만남의 자리를 갖고 긍정적 답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