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 주(州) 남서부 블랙스버그 소재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에서 16일 범인을 포함해 33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하는 사상 최악의 교내 총격사건이 발생해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한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범인은 이날 오전 7시15분 교내 남녀 공용 기숙사 건물에 처음 침입, 학생 2명을 살해했고 학교 당국이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이 약 2시간 뒤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홀 강의실에서 다시 총기를 난사했다.

아시아계로 알려진 범인은 현장에서 자살했으며 자세한 신원과 범행 동기 등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CNN은 범인이 1차 범행 후 경찰이 긴급 출동한 가운데 강의실 건물 안에서 총기를 난사, 건물 밖으로 20여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계속 방영했다.

이 대학에서는 사건 발생 사흘 전인 지난 13일 학교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이 있었으며 이 때문에 3개 건물에서의 수업이 취소된 적이 있다고 한다.

총격 사건으로 학생들은 공포에 질려 대피하느라 큰 혼란이 빚어졌으며 대학 측은 학생들의 건물 밖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캠퍼스 폐쇄 조치와 함께 17일까지 이틀간 모든 강의를 취소시켰다.

학교 당국은 그러나 첫 번째 총격 이후 범인을 잡거나 직원들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시간 가량이 지난 다음에야 이메일을 통해 사건을 알렸지만 이 시점에 범인은 이미 공학부 건물로 이동해 2차 범행을 자행, 인명피해가 커지게 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학교는 안전하고 범죄가 없는 배움의 전당이 돼야 한다”며 “이처럼 끔찍한 범죄가 발생해 미국의 모든 교실과 온 사회가 충격을 받았다. 로라와 나,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하원은 낸시 펠로시 의장 주재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가졌다.

워싱턴 D.C.로부터 남서쪽으로 390km 떨어진 버지니아공대에는 2만6천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으며, 아시아계 학생은 1천600명 정도이다.

버지니아 공대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한인은 "오늘 하루 종일 이 사건으로 100여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제 아들은 사건이 일어난 지역을 약 30분 전에 지나가 참사를 면할 수 있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나 많은 희생자를 낸 이 커다란 사건 앞에 기독교인들이 희생자들과 그 가족을 위해, 그리고 다시는 이런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깨어 기도해야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1명의 한인 학생이 손과 팔에 가벼운 총상을 입은 것 외에는 다른 한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사건 직후 비상 대책반을 구성해 가동에 들어갔으며 현지에 영사와 행정직원을 급파, 한국 학생들과 대응책 협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