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말 새해를 앞두고 전남 장성 상무대 육군 보병학교에 위문 찬양집회 일정이 잡혔다. 군종목사는 찬양단의 이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이단으로 알려진 합창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에도 한 차례 보병학교 집회를 시도했다가 군종목사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군종목사는 행사 취소를 요청했지만 학교 고위 간부는 고향 지인의 요청에 따른 단순 위문행사로 생각하고 집회를 강행했다. 결국 행사 당일 학사장교 간부사관들에게 전원 참석 지시가 내려졌고, 이 자리에서 합창단 공연이 이뤄졌다.

이단·사이비들이 군 내 침투가 집요하게 시도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은 주로 연휴나 연말연시 때 위문 행사를 열어준다는 명분으로 접근하고 있고 연중에도 찬양집회, 안보강연, 자살예방세미나, 건강세미나 등을 내세워서 침투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 이단·사이비들은 일선 지휘관이나 참모 등 고위 간부들에 의해 부대 행사가 결정된다는 점을 이용한다고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MEAK)는 밝혔다. 고위 간부들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방문해 부대를 지원해 주겠다고 제안하거나 이단·사이비 종파를 믿는 고위 간부를 접촉해 침투를 시도하는 경우가 그런 예다.

실제 이단·사이비들은 부대 지휘관에게 전화해 위문 공연을 해주는 조건으로 설교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단 종파를 믿는 장교가 같은 종파 교역자를 자살 예방 전문 강사로 초청하려고 한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두 경우 모두 군종목사의 반대로 행사는 무산됐다. 손영철 MEAK 홍보팀장은 “이러한 행사를 통해 만일 이단·사이비 교리가 포교될 시 근무의욕 저하 및 근무태만으로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을 유발하거나 군인으로서 정체성, 국가관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결국 군 질서와 기강이 무너져 전력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고위 간부들이 이단·사이비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을 경우에는 이단·사이비들에 더 쉽게 노출된다. 이단·사이비들의 제안도 부대 행사 차원에서 여과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저지하는 군종목사나 군선교 교역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게 된다. 손 홍보팀장은 군종목사의 발언이 영향력을 얻기 위해 군 내에서 분명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단·사이비의 적극적인 노력이 아니더라도 작년 3월 국방부가 ‘병역 내 종교활동 활성화 지침’을 내려 소수종교 신자들의 군 내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보장해 주면서 이단·사이비의 침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소수종교 군종선발 기준이 모호해 이단·사이비들의 군 내 활동도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원불교 군종장교 파송을 결정한 기준이 국민 신자 수 0.2%, 군 내 신자 수 0.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단·사이비도 마음만 먹으면 군종 파송을 요청할 수 있다.

손 홍보팀장은 “이단·사이비의 집요한 침투와 함께 군선교 환경의 급변으로 군 사역에 ‘빨간불’이 들어 온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와의 긴밀한 협조 아래 이단·사이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아울러 육·해·공군 해병대 군인교회의 군선교 교역자의 전문화를 꾀하고 이들의 사역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도 시급하다”며 한국교회에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