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산하 통일선교대학의 학장인 허문영 박사는 북한선교에 있어서 남한교회가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은 복음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데올로기적 관점이나 편협한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남한교회는 북한선교를 평면적인 보수와 진보의 이념에 끼어 맞춰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을 초월하는 입체적인 복음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허 박사는 북한 외교나 핵문제에 관해 여러 편의 글과 논문을 쓴 북한 전문가이지만 실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더 기대를 걸고 있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다음은 허 박사와의 일문일답.

-평양대부흥 1백주년을 맞아 남한교회의 지원으로 북한 내 봉수교회와 칠골교회가 건축되고 있다. 그러나 보수 교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문제는 북한의 정황을 정확하게 알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봉수교회나 칠골교회는 통전부 5과 담당 소속 요원들이 관할하는 국가 통제 아래 있는 교회로써, 북한은 대남관계에서 교회를 이용하려고 한다. 현재 북한 내 교회의 핵심멤버는 평양신학원 출신들이다. 이 평양신학원은 70년대 북한이 자신들도 종교의 자유가 있음을 과시할 목적으로 개설한 일종의 통일전선사업이다. 적극적 의미에서 보면 북한 주도의 공산통일을 이루려는 수단이고 소극적 의미에서 보면 북한 경제난을 해결할 대외적 지원 창구인 것이다.

현재 북한은 중국의 지원에 더해 대북관계에 우호적인 남한정부, 핵실험 등으로 역량이 상승됐고 이런 상황에서 교회를 적극 이용하려 한다. 남한교회는 이런 점을 이해하면서 북한의 교회와 기독교를 바라봐야 한다.

-북한이 교회를 이용하려 한다면 남한 기독교인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가짜라고 비난하지 말고, 통제된 교회 속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역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믿음의 토대 위에서 인도적 지원을 하고 통제된 교인들이긴 하지만 남한의 교회가 사랑으로 지원하는 것임을 알려야 한다. 지속적인 사랑을 보여 줄 때, 이데올로기 속에서 적대하는 사람들이지만 마음이 녹아내릴 것이다.

-북한 주민을 향해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야 좋지만 그러나 현 대북지원은 투명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받는다.

그렇다. 이제 투명성을 보여 달라고 북측에 말할 수 있는 때가 됐다. 처음부터 투명성을 요구했다면 대북관계가 어려워졌겠지만 이제 수년간 남한교회가 신뢰를 쌓았으니 일부적으로라도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 인권문제도 그와 같다. 진보에서는 생존권적 기본권을 강조하고 보수에서는 자유권적 기본권을 강조하고 있다. 두가지 기본권이 함께 강조돼야 하는데 먼저는 신뢰가 필요하다. 이제 남한교회가 인도적 지원과 같은 생존권적 기본권 측면에서는 신뢰를 쌓았으니 당연히 자유권적 기본권을 말해야 할 때가 됐다. 이것은 영적 싸움이다. 기도와 땀과 눈물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국내에서 일고 있는 통곡기도대회 등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참으로 귀한 일이다. 그러나 보수 교단의 목사님들이 김정일 정권의 타도를 외치는 것은 좀 아쉽다. 우리는 사랑과 복음의 정신으로 가야지 무력과 십자군 정신으로 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제대로 통일을 준비하기만 한다면 하나님께서 김정일 정권을 물러나게 하시고 통일되게 하실 것이다. 3백만 공산당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꿈 같은 일이라고 하지만 꿈은 꿔 볼 수 있지 않나?

-남한사회가 통일을 준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텐데 방향을 제시한다면.

국토분단, 체제분단, 마음분단의 3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토분단 문제는 대외평화운동을 벌여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과 남북한이 좋은 관계를 맺고 통일이 됐을 때 남북의 국토가 하나되게 해야 한다. 체제의 경우는 북한이 남한사회를 희망의 사회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남한을 자본주의에 물든 사회로 이해한다. 남한이 대내공의운동을 펼쳐 정직하고 공의로운 사회, 성결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음의 분단은 사랑으로 넘어서야 한다. 물질적 지원과 기도에 의한 영적 사랑의 실천이다.

-며칠 뒤 ‘평화한국’을 출범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잠깐 소개한다면.

오는 13일 오전 10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출범한다. 대표는 내가 맡았다. 이사님으로는 강변교회 김명혁 목사님과 여러분들이 맡아 주셨다. 얼마 전에 출범한 ‘한반도평화연구원’과는 자매기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평화연구원은 교수들로 구성돼 주로 연구를 하지만 평화한국은 교수와 각종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실제적인 북한선교의 일을 맡아서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