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에 있었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개함조건인 투표율 33.3%에 못 미치는 25.7%를 기록함으로 유권자 약 4분의 1이 넘게 참여하여 의사를 표현한 것이 무효화되는 상황을 낳았습니다.

무상급식을 위한 주민투표는 서울시가 초등생의 점심식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결정하는 문제였지만, 더 크게는 복지국가의 이상을 따르기 위하여 사회비용을 얼마만큼 확장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간단치 않은 배경이 있습니다. 현상적으로는 여당이 선거전도사 노릇을 하다 실패하고, 야당은 선거불참을 주장하여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 일로 서울시장은 사퇴를 결정하였고, 과잉복지에 대한 시장의 반대는 대다수 시민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였습니다.

2012년은 미국이나 조국에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내년은 아주 중요한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 하는 한 해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선거권 행사가 좋은 기회가 되려면, 우리가 반드시 선거에 참여하여야 할 뿐 아니라, 바른 시민의식, 비판정신을 가지도록 투표하여야 합니다. 시민권을 부여받은 한국계 이민자들은 선거참여와 정치인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영향력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본국 정치에 대한 참정권을 부여받은 교포는 역시 투표참여를 통하여 정의와 공평을 시행하여야 합니다.

정치가들을 책임 있게 하고 공복(public servant)으로서의 겸손한 심정을 가지도록 도움을 주는 제도적 장치인 선거에는 기독시민들도 부지런히 참여함으로 자신의 권리를 드러내야 합니다. 흑인의 민권운동을 통하여 우리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고, 본국 정부가 보장하여준 정치적 향연이 내년에는 이민사회에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되려면, 우리는 선거참여를 통하여 시민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출시켜야 합니다.

정치적 무관심은 미덕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치에 대한 무책임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정치를 단지 권모술수로 이해하는 시민에게 있어서 정치적 도피는 자신의 순수성을 지키는 결단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도피하여 있는 동안, 우리의 인생은 남에 의하여 조정되며, 우리의 운명은 도리어 우리가 싫어하는 야심가의 결정 아래에 있게 될 공산이 큽니다.

수 천 년의 역사 속에서 그나마 인간의 사회에 남겨진 정치의 긍정적인 측면의 하나가 바로 선거라는 제도입니다. 자유와 권리의 오랜 싸움을 통하여 얻은 귀중한 선물인 선거를 기독시민이 된 우리가 쉽게 포기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시민의 정치적 관심이 살아있는 동안 선출직 공무원은 시민을 두려워하며, 우리는 주어진 권리를 찾아서 누리게 되는 열매를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