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 어디까지?

인간은 무엇 때문에 인간복제를 시도할까? 영화 <블루프린트>는 과학의 이름으로 포장된 인간복제 뒤에 감추어진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전세계를 다니며 순회연주를 하는 인기 절정의 피아니스트 이리스(프란카 포텐테 분)에게는 남모르는 비밀이 있다. 아직 원인도 밝혀내지 못한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것.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병마 앞에서 그녀는 평생 쌓아 놓은 피아노 실력이 아까워 견딜 수 없다. 과학자 피셔 박사는 그런 이리스에게 그녀의 복제인간을 만들라고 부추긴다.

두 사람은 인간복제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피아니스트로서의 명성과 과학자로서의 명성이라는 철저한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 복제인간을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이리스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최초의 복제인간 시리(프란카 포텐테 분: 1인 2역)가 이리스의 몸에서 태어난다.

딸이자 쌍둥이인 시리를 피아니스트로 키우기 시작하는 이리스, 그녀의 꿈은 딸과 함께 연주회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피아노 소리를 들려주며 맹연습을 시킨다. 심지어는 실수로 2층에서 떨어진 딸에게 달려가서 손이 움직이는지 가장 먼저 물어볼 정도로 집착을 보인다.

하지만 이리스의 욕심은 피셔 박사의 욕심 때문에 큰 위기를 맞는다. 딸이 자라기 전에 세상에 알리지 않기로 했던 서로의 약속을 깨고, 피셔 박사가 복제 사실을 세상에 발표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인간복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다른 이에게 ‘최초’라는 명예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시리는 자신이 ‘제작된’ 것에 충격을 받고 이리스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일탈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이리스는 그러한 딸에게 계속해서 연습을 시키고, 결국 함께 공연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욕심은 끝도 없나 보다. 그 과정에서 이리스는 자신보다 젊고 실력도 뛰어난 듯한 시리를 보고 오히려 경쟁심을 느끼기 시작하고….

모래밭에서 시리가 이리스에게 “이 수많은 모래알들이 모두 다른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라고 묻자, 이리스는 딸에게 “나는 기적 따윈 믿지 않아”라고 대답한다. 두 모녀의 대화는 복제인간에 대한 현대과학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