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딕은 아프리카의 평원을 4륜구동 지프를 타고 친구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300만 마리의 동물이 물을 찾아 대평원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장관을 보면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마사이 족의 부락에 도착하였습니다. 근처 부락에서 야영을 하기 위하여 딕은 철저하게 준비한 여러 장비가 가득 담긴 배낭을 마사이족의 추장 코이에 앞에 펼쳐 놓았습니다. 각종 식기, 가위, 칼, 삽, 방향탐지기, 천체망원경, 지도, 수첩과 필기도구, 각양각색의 옷가지, 비상약, 방수봉투 등이 가득 채워진 보물꾸러미와도 같은 장비를 펼쳤습니다.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딕을 향하여 마사이 족의 추장 코이에는 검은 눈을 반짝거리면서 깊은 울림이 담긴,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모든 짐이 당신을 행복하게 합니까?” 딕은 이 질문이 이상하게도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가치관의 급소를 파고들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여행의 짐뿐만이 아니라, 평생에 지던 인생의 짐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내가 인생의 주인 노릇을 하고 하는 것일까?” 딕은 다음 날의 야영을 위하여는 짐을 더 정리하여 골라내었습니다. 이 단순한 영혼을 가진 원주민을 생각하면서, 여행 내내 줄어든 짐이 오히려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든 것을 느꼈습니다.

이사한 집 차고의 짐을 줄여야 아내의 차를 차고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대충 쌓아둔 짐을 옮기며 몇 켤레의 낡은 구두와 신, 손때가 뭍은 책을 다시 버렸습니다. 빈 박스를 정리하며 부피를 줄이는 것이 재미가 있었습니다. 버리고 정리하니 마음까지 가벼워지고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길가에 세우던 차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길 것 같습니다.

계몽, 개명(啓蒙, 開明, enlightenmen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의 의미는 ‘숨겨진 것을 밝히고 빛을 비춰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그 단어는 다른 의미도 있는데, 빛(light)이라는 영어 단어는 ‘가볍다’(light)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계몽이라는 말은 “가볍게 한다”는 의미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많은 것을 소유하면 행복하리라’는 말은 진실보다는 신화(神話, myth)에 가깝습니다. 성경은 오히려 과도한 소유를 ‘불탈 것으로 무겁게 짐 지었다’(합 2:13)고 하며, 악한 자의 연회에는 모든 악기와 음식을 갖추었으나 ‘여호와께서는 그의 행사에 관심이 없다’(사 5:12)고 단언하십니다.

오히려 세례 요한으로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과 제자들은 그 뜻을 하나님의 나라에 두셨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고 약속하셨습니다. 짐의 분량과 행복은 항상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으로 채워진 빈 마음은 항상 행복하게 채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