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권 목사김주희는 권투 선수입니다. 16살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자 프로선수로 데뷔했고, 19살에 여자복싱 사상 최연소 세계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9월, 4개 기구 통합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현재까지 6개 기구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집 나간 엄마, 아픈 아빠, 지독한 가난….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은 차라리 약과였습니다. 다치고 상처 받고 불안한 시간들을 보내며 그녀는 자살을 시도할 만큼의 극심한 우울증도 겪었습니다. 급기야는 엄지발가락 뼈를 잘라내야 하는, 권투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수술을 받으며 절망의 순간도 헤맸습니다. 많이 울었고 많이 아파했습니다.

그러나 끝내는 일어서는 게 그녀였습니다. 흔들릴지언정 물러서지는 않는 청춘! 스스로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끝이라는 건 없다는 것을, 수십 번의 절망을 각오하는 마음이 수백 번의 희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그녀는 결국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수술 후 9개월, 그녀는 또 한 번 챔피언 벨트를 따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연이어 챔피언 전을 치르며 링 위에서 분투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다치고 아픈 순간들과 맞서고 있지만,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그렇게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고 있습니다. 스물여섯 김주희, 그녀는 지금 링 위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을 보내고 있습니다.

옛날보다 좋은 시절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20대들 가운데도, 정말 아프고 힘겹고. 현실은 막막하고 미래는 불안한 청춘들이 많습니다. 사실, 지금 아파하고 있는 청춘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자신에게 짐 지워진 힘겨운 상황을 간절하게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스물여섯의 복싱 챔피언 김주희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지금 20대들에겐 필요한 건, 짐짓 다 이해한다는 말랑한 위로보다는, 절망과 좌절의 한복판에서 끊임없이 다치고 깨지면서도 꿋꿋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김주희는 여성 복서입니다.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이 언제나 더 많았고, 그냥 주어지는 것보다 어떻게든 극복해내야 하는 것투성이였습니다. 엄마는 12살 때 집을 나갔고, 아빠는 생활능력을 잃고 쓰러졌습니다.수시로 밥을 굶었을 만큼 가난했습니다. 가정을 일으킬수 있는 길을 찾다가 14살 소녀가 발견한 길이 가로 세로 7m의 링 위였습니다.

적혈구 수치가 일반인의 절반 수준이라 툭 하면 쓰러지는 일이 예사였지만 매일 15km를 뛰며 훈련했습니다. 피땀을 흘린 만큼 보람도 느꼈습니다. 만 18살에 최연소 세계 챔피언이라는 꿈의 타이틀을 쥐었으니까. 그러나 챔피언이란 타이틀을 지켜내야 하는 두려움은 도전하는 일보다 더 힘겹고 버거웠습니다. 자살을 시도할 만큼 극심한 우울증도 겪었고, 엄지발가락 뼈를 잘라내야 하는 수술을 받으며 절망 속에서 헤매기도 했습니다. 장벽 하나를 힘들게 넘어서면, 그 뒤엔 또 다른 장벽이 떡 하니 서 있는 현실……. 그러나 그녀는 상처 입고 다치더라도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아픈 청춘이지만, 그 아픔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고 맞붙어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지독하게 고생한 사람에게, 세상은 그만하면 되었으니 이제부터 잘 살아보라고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 권투를 하지만, 권투로 성공하기까지 먼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헝그리 정신이란 배고픈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힘들더라도 이겨내면 헝그리 정신을 기억하지만, 끝내 실패하면 아무도 그 고통을 알아줄 수가 없습니다. 링에서도 인생에서도 승부는 순식간에 결정됩니다. 두렵다고 눈을 감아버려서는 안 됩니다. 눈을 감는다고 해서 벌어진 일을 피해가지는 못하니까.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누가 대신 링에 올라가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무섭더라도 눈 똑바로 뜨고 맞서야 하는 것입니다.

엄지발가락 뼈를 잘라내는 수술 후 9개월, 김주희는 WBA 챔피언 타이틀을 따내며 끝내 다시 일어섰습 니다. 2010년 9월, 4개 기구 통합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그녀의 끊임없는 투지는 빛났습니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고 눈이 퉁퉁 부어오르는 부상을 입어 모두가 이제 그만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순간에서도 “내가 언제 그만한다고 했어요?”라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보란 듯이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습니다.

그녀가 정말 지켜내려고 것은 단순히 챔피언 벨트가 아닙니다. 바로 자기 자신, 자신의 인생입니다. 얼굴이 부어오르고 멍이 들지언정, 당당하고 떳떳하게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 그녀는 링 위에서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지만, 아파도 다시 일어서는 게 또한 청춘이라고, 누구나 자신의 링을 선택하고 그 링 위에 섭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링이든, 힘겨운 순간과 시시때때로 마주하게 됩니다. 다치고 깨질까봐 두렵기도 하고, 뼈아픈 패배나 실패를 맛보게 될까봐 불안하기도 하고, 한 방 크게 얻어맞아 고통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마음껏 아파하고 낙심했다면, 이제는 힘껏 주먹을 내뻗을 때입니다. 스물여섯 챔피언 김주희, 그녀처럼.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고 링 닥터가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괜찮겠어요? 여기서 그만 하시죠.” 그녀는 오히려 발끈했습니다. “내가 언제 그만 한다고 했어요?” 피가 흐르고 눈두덩이 퉁퉁 부어오르는 것보다, 정말 이대로 경기가 중단되는 게 그녀는 더 겁이 났습니다. 10라운드, 마지막 1분. 그녀는 더 악착같이 덤벼들었습니다. “김주희! 김주희! 김주희!” 관중들의 연호 소리가 귓가를 울렸습니다. 그녀는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습니다. 아니, 스물여섯살의 그녀 인생을 지켜냈습니다. 얼굴은 상처투성이였지만, 그 순간의 그녀는 분명 웃고 있었습니다.>

‘나는 왜 링 위에 서 있는가.’ 그 질문만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매순간이 가장 찬란한 순간이 될수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시간들이 생생한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걸음마를 배울 때 무수히 많이 넘어져서 웁니다. 일생 동안 넘어지는 것보다 더 많이 넘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넘어진 기억을 못하는 건, 잘 걷게 되면서부터는 걷는 게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