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맞춤 금연자동처방 프로그램인 금연 친구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중에서 여러 흡연자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을 달아본다.

Q: 정 교수님, 담배끊기가 이리도 힘들줄 알았더라면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담배피기 시작한 것이 후회가 되요. 제 흡연 동기는 좀 창피하지만 살을 빼고 싶어서였습니다. 여고 시절 남들보다 두툼한 허벅지 살이 늘 신경쓰이던 차에 여성잡지에 등장하는 늘씬한 모델이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사진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리가 날씬해지기는 커녕 요즘은 담배없이 하루도 견디기 힘들고 다니는 사무실에서도 냄새피우지 않고 몰래 피우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말 담배를 피우면 살이 빠지는 건가요?


최근들어 젊은 여성의 흡연이 급증하고 있다. 얼마 전만해도 대학교 앞의 커피숍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을 발견하면 신기한 듯이 흘끔흘끔 쳐다보곤 했는데, 요즘은 운전을 하거나 시내를 활보하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젊은 여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중, 고등학교에 금연강의를 가서 흡연의 동기에 대하여 설문을 하면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남학생들을 호기심, 친구의 권유, 멋있어 보여서 등으로 답하는 반면, 여학생들은 '살을 빼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내면의 아름다움보다는 외모를 중시여기는 현대사회의 '가벼움'때문에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도 현대여성들의 주된 스트레스원이 되고 있다.

다이어트 시장은 선진국일수록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있고 수많은 다이어트 법들이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단시간내에 체중을 줄여준다는 다이어트법들은 거의 모두 '요요현상'이라고 하는 불청객을 만나 좌절하게 된다.

야채효소다, 포도다이어트다, 단식원이다... 모두들 이론이야 요란하지만 결국 내용을 보면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몇 분지 일에 불과한 초저열량(칼로리)만 공급하고 거의 굶기는 것외에 다른 특별한 것은 없다. 그러나 굶는 것도 한 두달이지 서서히 식사량이 원상복귀되면 체중도 원상복귀되고 만다. 요요현상없이 오랫동안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누구나 잘 아는 것처러 '적게 먹고 많이 활동'하는 원칙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는 방법뿐이다.

입으로 들어오는 열량(칼로리)은 줄이고 신체적 활동량을 늘려야만 축적된 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게 먹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밥이야 좀 적게 먹거나 건너 뛸 수도 있지만 세상에 맛난 음식이 어디 밥 뿐인가? 계절과 무관하게 쏟아져나오는 각종 과일과, 제과점에서 갓 구운 빵, 달콤한 초콜릿, 아이스크림... 요즘 세상은 맛있는게 너무 많아서 다이어트를 지속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여성들은 흡연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먹는 걸 줄이자니 아쉬움이 많고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손쉬운방법으로 "담배나 피워볼까...?"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담배를 피면 정말로 살이 빠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No)!"이다. 흡연 여성과 비흡연 여성의 체형에 대하여 발표되는 최근의 연구들을 보면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살이 빠지기는커녕 '똥배'만 나온다고 한다. 복부비만이 생겨 괜히 잘 맞던 청바지만 버리게 된다.

그런데 왜 담배를 피우면 살이 빠진다는 말이 나돌게 된걸까? 담배를 이삼십년 피우다가 금연한 중년 남성들 중에 20-30% 정도는 체중이 증가한다. 이는 흡연의 해독이 빠지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금연기간동안 심심한 입을 위로하느라 군것질이 늘기 때문이다.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면 1년을 전후해서 체중은 원상복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금연 후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그와는 반대로 흡연이 체중을 줄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십대 여성에게 흡연이 다이어트 수단으로 오해되기 시작한 데에는 다국적 담배회사의 교묘한 광고가 효과를 발휘한 탓도 있다.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버지니아 슬림이나 에쎄, 장미와 같은 담배는 하나같이 담배의 모양 자체가 매우 가늘고 길다.

이름도 '날씬한(slim)'이란 의미고 광고 모델은 늘 팔등신의 늘씬한 여성이 등장한다. 이러한 광고를 보다보면 마치 담배를 피워야만 모델처럼 늘씬하게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절대로 속지 말자!!

흡연은 살을 빼기는 커녕 몸매를 망가 뜨리고 피부 주름을 증가시키며 여성의 폐는 물론 심장과 핏줄까지 망가뜨리는 중독성 독극물일 뿐이다.

나는 체중 때문에 피우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여성도 있을 것이다. 요즘같은 남녀평등의 시대에 담배가 왜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어야 하는가라는 반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흡연이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똑같다. 특히 여성은 체격이 작으므로 폐적용적도 남성에 비하여 작다. 따라서 같은 담배를 피웠을때 남성에 비해 해독물질이 훨씬 고농도로 추적된다. 이뿐 아니라 유전적으로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흡연의 해독에 취약하다.

이제 결론을 지어보자. 담배를 맣이 피우던 사람이 금연을 하면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미 뚱뚱한 사람이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힘들이지 않고 이루어지는 일이란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다.

월간 <건강과생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