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를 환영한다

남가주교계에도 교계선거의 혼탁화와 금권화를 방지하기 위해 제비뽑기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선거철만 되면 온갖 흑색선전과 비방, 금품수수가 난무하는 교계에 제비뽑기는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을만 하다.

제비뽑기의 사례는 성경에 매우 많이 나타나지만 선거와 관련해서 가장 좋은 예는 행1:26이다. 사도들도 12사도 중 실족한 유다의 자리를 채울 때 제비를 뽑았다. 이들은 제비를 뽑기에 앞서 후보자를 선정하고 하나님 앞에 기도했던 것이다.

이처럼 제비뽑기는 성경적이며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는 신앙적 행동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여러가지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선은 후보의 문제이다. 실상 어떤 후보가 당선 될지라도 모든 이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자격이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또 약간은 자격이 모자란듯한 후보가 당선된다 할지라도 이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믿을 수 있는 공동체적 약속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후보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격미달의 후보들이 대거등록해서 난립하거나 혹은 후보가 되기 위해서 경쟁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오로지 제비뽑기만이 올바른 선거법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할 것이다. 왜냐면 제비뽑기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을 드러내시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유일한 길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비뽑기로 인해 자유하신 하나님의 뜻을 가두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더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제비뽑기는 신앙적인 시도이며 특히 선거의 금권화와 혼탁화를 방지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남가주교계에 제비뽑기가 신앙적, 신학적 합의 하에 제대로 도입만 될 수 있다면 교계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