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회 수요일로부터 사순절의 절기는 시작되었다
주님은 보잘 것 없는 나를 위하여
이 땅에 한 알의 썩어져 가는 밀 알이 되기 위하여
쓰디쓴 고난의 잔, 죽음의 잔을 마시기 위하여 오셨건만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 채
당신의 나라가 임하거든 내 아들들로
당신의 좌 우편에 앉게 해달라하던 여인처럼
때로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이 넓은 세상에 나 사는 동안
좋은 일만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봄 햇살처럼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기도 하며
작은 새들의 노래 소리 즐거워 그 노래에 맞춰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황사를 동반한 꽃샘 바람이나
추수를 앞두고 몰려오는 거센 태풍,
한 겨울 혹한 추위에 몰아치는 삭풍 같은 것들이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참담할 때도 있는 것이다
행복할 때보다 고난이 내 삶을 위협할 때
넉넉한 마음 갖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한다면
나를 위하여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쏟아 놓으신
그 분을 생각한다면 능히 이길 수 있으리라
고난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려 있지 않은가
어떠한 어려움이 내 앞에 놓일지라도
불행이 아닌 즐거움이라 생각한다면
고난의 길도 행복한 마음으로 걸어갈 수 있으리라
오히려 자기를 비어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신
십자가의 죽음을 생각하는 사순절을 보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