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제대로 키워보고자 마음먹은 사람중에 과연 '부모노릇을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서 고민해보지 않은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자녀를 반듯하게 잘 키우기를 원하지 않는 부모는 거의 없을테지만 많은 부모들의 노력이 반드시 좋은 결실로 나타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는 것이 바로 부모역할인 것 같다. 필자는 상담을 통해서 다양한 유형의 부모자녀간의 갈등을 경험하며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보며, 집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좋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해 보지만 좋은 부모되기란 참 어려운 것임을 실감한다.

혹시 누군가 필자에게 "부모는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합니까?" 라고 질문한다면 "자애로움과 엄격함을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여기서 자애로움이란 자녀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따뜻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것이며, 엄격함이란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정해진 바를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자애로움과 엄격함의 조화는 말처럼 쉽지가 않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먼저 자애롭기만 한 부모를 보자. 자애롭기만 한 부모는 자녀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하며 벌주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생각하여 참고 있다고 스스로 참지 못하게 극단적으로 벌을 주거나, 분노를 폭발하고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으며, 말은 엄격하게 하지만 일치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러한 부모에게서 자란 자녀는 인정이 많고 따뜻하기는 하나 책임감과 자신감이 부족하며, 쉽게 좌절하고 그 좌절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버릇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의존적이며 유아적인 특성을 보인다.

엄격하기만 한 부모의 모습은 어떠한가? 엄격하기만 한 부모는 자녀 양육에는 엄격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칭찬을 하면 아이가 버릇이 없어질까 봐 칭찬을 거의 하지 않으며 잘못한 일에는 반드시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녀가 부모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모에게서 자란 자녀는 항상 걱정이 많고 긴장되며 불안하고 심할 경우에는 우울하고 때로 자살을 생각한다. 그리고 책임감이 강하고 예절이 바르나 지나치게 복종적이며, 순종적이고, 부정적 자아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죄책감과 자기 비하가 많다.

가끔 부모중에는 엄격하지도 자애롭지도 못한 양육방식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자녀양육에 무관심하고 무기력하며, 칭찬도 벌도 주지 않고 비난한 하며, 자식을 믿지 못하고 자녀의 요구에 둔감하며 애정을 표현하지도 않다. 이러한 부모에게서 자란 자녀는 반사회적인 성격으로 발전하기 쉬우며, 질서의식이 부족하고 규칙을 무시하는 자기 중심적 모습을 갖기 쉬우며, 작은일에도 혼란과 좌절을 많이 느끼며 세상과 타인에 대해 불신감과 적대감을 갖게 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가장 바람직한 부모의 양육태도는 엄격함과 자애로움을 조화롭게 나타나는 것이다.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부모는 자녀가 일으키는 문제를 정상적인 삶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며, 자녀에게 적절하게 좌절을 경험하게 하여 자기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며, 자녀를 장점과 단점을 함께 지닌 한 인간으로 바라보며, 자녀의 잘못을 벌할 때도 인격적인 모욕을 가하기 보다는 자녀가 가진 잠재력을 인정한다. 이러한 부모에게서 자란 자녀는 자신감 있고 성취동기가 높으며, 사리분별력이 있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자신과 세상을 신뢰하며 자기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자식의 어떠한 문제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부모는 우선 자녀의 문제행동에 숨겨진 의미를 알아차려야 한다. 자녀의 문제행동의 이면에는 가족안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자녀가 가족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무의식적 동기가 숨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유형을 한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부모에게서 완전히 주목을 받을 때만이 부모에게 속한 것이고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전혀 주목을 얻지 못하는 것 보다는 꾸중, 고함과 같은 부정적인 주목이라도 받기를 더 좋아한다. 오직 부모의 관심을 끌고자 노력하는 자녀들을 대하다보면 부모는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부모가 자녀를 꾸짖으면 일시적으로 그 문제행동을 줄이지만 잠시 후 다시 문제행동을 다시 시작한다.

두 번째는 부모에 대해서 힘을 가지려고 하고 부모를 굴복시킴으로써만 가족내에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처럼 힘겨루기를 하려는 자녀를 대하다 보면 부모는 자주 화가 나며 자녀를 꺾어놓고야 말겠다는 열망이 생기게 된다.

세 번째는 자녀 스스로가 자신이 전적으로 부모에게서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고, 자신이 받은 상처를 부모에게 되돌려 주려고 하거나 복수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부모는 자녀에게서 깊은 상처를 받고 상처를 되돌리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자녀를 벌줌으로써 자녀의 복수심을 더 강하게 만든다.

네 번째는 자녀가 유능하게 될 자원을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하고 믿고, 부모의 기대로 인한 압력을 피하기 위하여 부적절한 행동을 나타낸다. 이 경우에 부모는 자녀에 대해 절망감과 무기력감을 느낀다. 부모가 자녀의 수행을 향상시키려고 하면 자녀는 더욱 낙담하게 된다.

이처럼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자녀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부모는 먼저 자녀의 밖으로 드러난 말과 행동만을 이해하지 말고 자녀의 입장에서 자녀의 숨겨진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부모가 자녀의 감정이나 생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부모로서 자기 입장만을 내세우게 되면 자녀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부모-자녀 관계가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완벽해질 수 도 없을 것이다. 다만, 부모로서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노력하고 성장해 가는 부모가 될 때 부모는 자녀의 든든한 버팀목과 격려자로서 그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구자경(서울시청소년종합상담실 팀장, 교육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