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이 사람을 보라

자신을 위해 한 권의 책도 내지 않았으나
지상의 모든 책으로 그의 길이 되게 한 사람
자신을 위해 한 평의 땅도 가지지 않았지만
지상의 모든 땅의 소유권을 얻은 사람

바람의 잔등을 쓰다듬으면 봄이 오고
파도를 꾸짖으면 물결이 노를 그친다
깊은 눈속에 하늘을 펼치고서
구름처럼 유유히 착한 일을 하던 그 남자
내 영혼의 어둠을 뚫고 불현 듯 날아와
사랑의 화인을 찍은 새벽별 같은 사람

사랑을 찾으나 사랑을 모르는 이들에게
쓴물을 내는 세상에서 목마른 이들에게
기꺼이 목숨을 내어주며 너를 사랑한다고
믿기 힘든 사실을 믿어야 비로소 사랑을 알게 된다고
신뢰로 여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된다고

감람산, 그 바람부는 외로운 산마루에서
온 머리칼과 살갖이 다 피에 물들도록
고통에 짓눌려 죽은 그, 예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