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만약 지금 곧 죽는다면 마지막 말로 무슨 말을 할꺼야?"
"저요? 음.. 당신 먼저 말해봐요!'

"나? 음.. 내가 물어봤으니까, 당신이 말해야지.."

"음.. 글써 무슨 말을 해야 될 지 생각이 안나는데요!"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나봐?"

"그게 무슨 말이예요? 사랑하지요!"

"그러면 마지막 말로 '나를 사랑한다.'고 말을 해야지!"

세계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도 잊혀질만한 일이 되어 버렸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과 뉴욕 등에서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하여, 미국이 국가재난에 준하는 초유의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는 이 날 출근으로 한창 붐비는 아침 8시 48분께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가운데 북쪽 건물 상층부에 보스턴 발 LA행 보잉767기가 돌진하여 충돌했다. 이어 18분 후에는 남쪽 건물에도 아메리칸 항공과 유나이티트 항공기가 날아와 충돌하면서 폭발이 발생했다. 이 건물은 1시간쯤 후에 완전히 붕괴되었다. 남쪽 건물이 붕괴된 지 30여분만에 북쪽 건물도 폭발이 이어지면서 무너져 내렸다.

세계무역센터에는 무려 5만 여명이 출입하는 빌딩이다. 사고가 나자 쌍둥이 빌딩 곳곳에서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으며, 수천명이 한꺼번에 건물에서 빠져나와 현장은 일순간에 그야말로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이 사고가 발생한지 40여분 후에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아메리칸 항공기가 추락하면서 2차 테러공격이 이날 펜실베니아 주에서도 유나이티드 항공기가 승객 38명, 승무원 7명을 태우고 뉴욕외곽 뉴어크 국제공항을 출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중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 인근에 추락하였다.

이 날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들, 그리고 무너지는 빌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간과 그들의 언어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휴대폰을 통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죽음을 앞둔 이들의 가장 많은 언어는 "사랑해!"라는 말이었으며, 어떤 희생자는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되뇌이면서 "하나님 나라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겨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각 언론사에서는 후에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가족들로부터 사고자들의 마지막 말을 보도한 바가 있었다. 스튜어트 T 멜처(32)씨는 부인에게 한 전화에서 "여보! 사랑해! 지금 빌딩이 뭔가에 맞은 것 같아! 내가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어! 여보 정말 당신을 사랑해! 살아서 당신을 다시 더 봤으면 좋겠는데... 안녕!"

보스턴 헤럴드사는 월드 트레이드센터빌딩에 충돌한 여객기에 탄 승객 브라이언 스위니(38)씨가 부인 줄리에게 남긴 전화메시지를 소개했다. "여보, 나 브라이언이야! 내가 탄 비행기가 피랍됐어! 상황이 아주 안 좋은 것 같아! 내가 당신 사랑하는 거 알지? 다시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어! 만약 그렇게 안 되면~ 여보! 인생을 멋지게 살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것 알지? 나중에 다시 봐!" 이런 말이었다. 또 "여보! 당신을 정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우리 딸 에미도 정말 사랑해! 그 애 좀 잘 돌봐 줘! 당신이 남은 인생에서 어떤 결정을 하던 꼭 행복해야 돼! 나는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을 존중할거야! 그리고 그 결정이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할꺼야! 등등의 말이었다.

우리에게 죽지 말아야 될 상황은 없다.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은 내일 아침 해가 뜬다는 사실만큼이나 명확한 것이다. 죽음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파스칼은 "인간은 나면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태어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은 모두 사형선고를 받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 시한이 길고 짧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죽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정해진 것이다. 신약 히브리서에 기록된대로 인간이 죽는다는 것은 정해진 이치이다. 우리는 죽음에 항거할 수 없고 연기나 도피할 수도 없으며, 죽음의 시기조차 알 수 없는 자들이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더이상 아내를, 남편을 사랑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야 행복하게 살 것이다. 아내와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인생의 마지막 말처럼 "여보, 사랑해!"를 말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오늘 저녁에 생을 마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전요섭(성결대 상담학 교수,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황미선(한양대학병원 원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