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 목사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인교회


언젠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직함에 대한 조사였습니다. 정직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수의 청소년들이 '그렇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정직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생각입니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적당히 속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청소년들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그릇된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절망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정직해야 한다는 것을 흔들림 없는 신념처럼 배우고 지켜야 할 청소년들이 너무 일찍 부터 정직함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것은 어른 세대가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정직함의 당연함과 아름다움을 가르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어른 세대의 잘못된 삶 때문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읽게 된 애니 매에 대한 이야기는 그런면에서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애니 매는 흑인여자로 미국 남부 지방의 한가정에서 하녀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흑인들이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던 시적이었습니다. 자기가 섬기던 여주인이 이혼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자 애니 매는 여주인의 자녀들이 쓰던 침대를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침대 값인 35달러를 한번에 줄 수 없으니 몇 달에 나누어 조금씩 돈을 보내 갚겠다고 했을 때, 여주인은 흔쾌하게 허락을 하였씁니다. 애니 매의 정직함을 늘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기꺼이 침대를 전해주고 떠났습니다.

그 뒤 여주인은 달마다 꼬박꼬박 애니 매로부터 오는 봉투를 받았습니다. 봉투 안에는 2달러, 3달러, 5달러 등 항상 현금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돈이 오는 날은 여주인의 아이들에게 특별한 날이 되었습니다. 아이스크림으로, 과자로 혹은 소풍으로 둔갑했기 때문입니다.

일 년이 흘러 애니 매의 마지막 봉투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 봉투 안에는 이런 글이 들어있었습니다.

"할러데이 부인께. 이제 침대 값으로 남은 마지막 3달러를 보냅니다. 저의 두 아들에게 이제 광으로 가서 침대를 꺼내어 조립한 뒤에 그 침대에서 자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침대 값을 이제 정당하게 치렀기 때문입니다. 그간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 눈을 의심하며 두 번 세 번 그 글을 읽는 여주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고 합니다. 물론 글을 읽는 제 마음도 잔잔한 감동으로 젖어들었습니다.

주인이 떠난 뒤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던 침대였지만 돈을 다 갚을 때까지는 침대에 손을 대지 않았던 애니 매, 애니 매는 자녀에게 정직함이 어떤 것인지를 싦으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국민소득 2만불이라는 말보다는 곳곳에서 정직함이 회복되는 모습을 통해 우리 미래의 희망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